세계가 인정한 ‘정원의 도시’로 오세요

홍세미 기자 2023. 6. 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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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축제자랑]58만 평으로 규모 확대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10월까지 손님맞이
[편집자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과 동시에 멈췄던 지역 축제가 4년 만에 재개됐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을 홍보하기 위해 각자 특색을 담은 축제를 개최한다. 알차게 운영해 지역을 알리는 데 톡톡히 기여하는 축제도 있다.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는 축제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기도 한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전국축제자랑>코너를 통해 우리나라 지역 축제에 대해 알아본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전경/사진=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조용하고 느긋하게…”
정원이 문화·관광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전라남도 순천시가 정원이 일상이 되는 ‘정원 도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를 알리는 신호탄은 10년 만에 다시 열리는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다. 이번 박람회는 기획재정부 승인과 AIPH(국제원예생산자협회)의 공인을 받아 순천시와 전남도 산림청이 주최한다. 박람회는 4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된다. 입장권은 일반 기준으로 △성인 1만5000원 △청소년 1만2000원 △어린이 8000원이다. 순천시민은 50%, 전남도민은 전 기간권을 50% 할인해준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홈페이지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순천, 정원의 표준 모델 되다’
8000년의 역사를 지닌 순천만은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에 등재된 명소다. 2013년 박람회가 기획된 건 순천만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노관규 순천시장이 민선 4, 5기 순천시장을 역임하던 당시 국가정원인 순천만 습지의 항구적인 보존을 위해 박람회를 기획하고 개최했다. 노 시장은 머니투데이 와의 인터뷰에서 “도심이 확장되면 순천만의 자연환경을 해칠 수 있어서 이를 막기 위한 완충벨트로 국가정원을 구상했다”고 했다.

국가정원은 10년 동안 순천만 습지를 지키는 역할을 해냈다. 각종 염생식물과 흑두루미·노랑부리저어새와 같은 멸종위기종 등 약 250종의 조류가 서식한다.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노 시장은 10년 만에 박람회 재개최를 결정했다. 이전에는 단순히 순천만의 항구적 보전을 위한 에코벨트 구축에 목적을 뒀다면 올해는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웰니스)이 조화를 이루는 박람회로 거듭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조직위는 “박람회 볼거리에 기후변화 위기를 맞은 도시가 나아가야 할 표준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박람회의 핵심 공간인 ‘오천그린광장’과 ‘그린아일랜드’는 각각 저류지와 아스팔트 도로였다. 저류지를 정원으로 만들고 어린이놀이터, 바닥분수, 1.2km에 달하는 마로니에길 등을 더해 오천그린광장으로 재탄생시켰다. 또 도심을 가로지르는 동천변 강변도로 일부 구간을 광활한 정원인 그린아일랜드로 만들었다. 노 시장은 “재해시설인 저류지를 5만 평의 사계절 잔디광장으로 만들었고, 차만 다니던 아스팔트 도로는 푸른 정원이 됐다”며 “캐나다 부차드가든, 네덜란드 코이켄호프정원이 아쉽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정원과 광장을 조성해놨다”고 했다.

올해 행사장 규모도 커졌다. 2013년 국가정원과 순천만 습지를 합쳐 전체 넓이가 111ha(약 33만 평)에 이르렀는데, 올해는 여기에 도심권역이 더해져 193ha(약 58만 평)로 규모가 확대됐다. 무료권역인 동천과 오천그린광장, 그린아일랜드, 경관정원 등을 합치면 행사장 규모는 더 넓어진다.
▲국가정원을 가득 채운 관람객들/사진=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가든스테이 순천’ 개장…‘체류형 관광지’로 도약
정원박람회는 숙박시설을 마련, 체류형 관광지로 도약하고 있다. ‘가든스테이 순천, 쉴랑게(이하 가든스테이)’를 만들었다. ‘쉴랑게’는 Shi + Lange의 합성어로 쉿, 조용하게, 느긋하게라는 뜻이다. 가든스테이에는 전체 삼나무로 지어진 총 35개의 숙박동이 마련됐다. 숙박객은 해가 진 뒤 푸른빛으로 물든 순천만국가정원의 밤을 맞이할 수 있다. 또 오천그린광장과 그린아일랜드에 나가면 화려한 도심 속 야간경관을 즐길 수 있다. 노 시장은 “다른 매력을 뽐내는 정원박람회는 순천에 하루, 이틀을 머물고 싶게 하는 체류형 관광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면역력을 높이는 맨발걷기(어싱·earthing) 길도 마련됐다. 시는 맨발로 걸으며 도심 곳곳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국가정원과 순천만 습지, 오천그린광장에 걸쳐 총 12km의 어싱길을 조성했다. 세계자연유산인 람사르 습지길 4.5km는 다양한 생물과 갯벌, 갈대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동천을 뱃길 삼아 ‘정원드림호’를 운항하고 있다. 정원드림호는 국가정원 중심부인 호수정원과 도심을 한 번에 잇는 수단이다. 순천역에 도착한 관람객들은 인근 선착장에서 체험선인 정원드림호를 타면 20분 만에 국가정원 호수정원에 도착할 수 있다.

국가정원식물원과 시크릿가든도 마련됐다. 국가정원식물원은 순천의 삼산이수(해룡산, 봉화산, 인제산, 동천, 이사천)를 표현했고, 원시 정원·열대과수원·복합문화공간 등으로 조성됐다. 2100㎡의 시크릿가든은 태양광 채광 기술을 활용한 지하 정원으로 빙하 정원, 햇빛 정원, 식물극장으로 구분된다.

◇지역 경제 효과 톡톡...“주변 지역과 흥행효과 나눌 것”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타당성 조사에 따르면 이번 박람회의 생산유발 효과만 1조 6000억원, 고용창출은 2만5000여 명에 달한다. 박람회 조직위에 따르면 5월 21일 기준 입장권 수익 152억원을 기록했다. 이외 식음시설, 관람차, 가든스테이 등까지 더하면 총 매출액 206억원에 달한다. 박람회 목표 매출 253억원에서 81%를 달성한 것이다.

더불어 시 전체의 관광객이 늘었다. 시의 주말 평균 숙박률은 1월 52%에서 2월 59%, 3월 58%에 불과했는데, 박람회가 개최된 4월 86%를 기록했다. 노 시장은 “순천이 도시의 이정표가 되고, 브랜드화되면서 기업이나 기관이 순천에 투자하는 경제 효과까지 생각한다면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시장은 시는 인근 지역과 함께 연대해 박람회의 흥행 효과를 나누겠다고 밝혔다. 노 시장은 “지역 소멸이 눈앞에 다가와 있는 만큼 인접 도시들과 연대해서 박람회의 효과를 나눠야 할 것”이라며 “보성군은 아예 국가정원에 셔틀버스를 두고 있고, 광양시 역시 박람회장에서 출발하는 광양시티투어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10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방문해 박람회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서울도 ‘배우겠다’...지자체 130곳에서 방문
순천 정원박람회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은 지자체는 130여 곳이다. 특히 5월 10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방문, 박람회장 곳곳을 둘러본 뒤 서울을 순천처럼 '정원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서울을 정원도시로 만들겠다”며 “제일 좋은 모델이 순천이고, 벤치마킹해야 할 장소가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장”이라고 했다.

노 시장은 “특히 유럽식이나 일본식 정원을 따라 하지 않고 우리 고유의 문화와 정서, 기후를 고려해 만든 정원인 것에 매력을 느낀다”며 “현재 50개가 넘는 지자체에서 지방정원을 조성하고 있는 만큼 열풍이 일고 있는데, 정원박람회 개최와 관련해 우리 시는 얼마든지 노하우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노 시장은 이번 여름 휴가지로 순천만정원박람회를 추천했다. 그는 “5월 19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방문, 여름 휴가지로도 제격일 것 같다고도 했다”며 “저도 정원의 계절 중에서 여름 정원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름정원과 광장에서 고품격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다. 개울길광장·노을정원 일원 등에서 바이올린과 첼로 등 소규모 연주회로 정원의 품격을 선보일 계획이다. 노 시장은 “첨단기술이 접목된 시크릿가든의 ‘빙하정원’ 얼음동굴과 15m 높이의 수직폭포가 있는 국가정원식물원의 시원한 물보라도 만나볼 수 있다”며 “우리가 어린 시절 놀던 개울길 정원에서는 퐁당퐁당 여름체험을 경험해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홍세미 기자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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