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구역’ 늘리는 지자체, 건전한 음주문화 한목소리
[편집자주] 조례는 그 지역의 법이다. 주민의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상당수 생활 정책들이 조례안 형태로 만들어져 시행된다.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주민이 발의할 수 있는 조례는 지방자치의 핵심 기능이다. 잘 만들어진 조례는 전국적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우리 지역 조례는 지역과 주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조례로 보는 세상> 코너를 통해 알아본다
지난해 구는 매해 쓰레기 투기 또는 취객들의 고성방가 및 무질서가 난무해 앞으로 민락수변공원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민락수변공원에서의 무분별한 음주와 쓰레기 무단 투기로 골머리를 앓아왔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음식물과 쓰레기 등이 뒤섞인 악취가 주변에 풍겨 ‘민락술변공원’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지난해 금주 지정 조례안을 발의했고, 계도 기간을 거쳐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만일 위반하면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한다.
◇2021년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 지자체장이 ‘금주구역’ 지정하는 내용 담아
부산 수영구에 이어 기장군의회는 지난 3월 ‘건전한 음주문화 환경조성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앞으로 기초단체장이 도시공원이나 어린이집·유치원·학교, 어린이 놀이시설과 청소년 활동시설, 대중교통시설 등을 금주 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서울 중랑구는 면목역광장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건전한 음주문화 환경조성·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고, 오는 6월까지 금주구역 지정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구는 음주에 따른 소음·소란 등 민원피해가 잇따라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주민 의견을 듣고 시행할 예정이다.
고양특례시는 이달부터 어린이공원 148곳과 어린이놀이터 196곳 등 모두 344곳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11월 건전한 음주문화 확산과 음주 폐해 예방을 위해 금주 구역을 지정 고시하고 6개월의 계도기간을 거쳤다. 강원 원주시는 지난해 11월 지역 내 89개 어린이놀이터를 ‘금주구역’으로 지정했다. 시는 계도 기간을 거쳐 2024년부터 금주구역에서 음주 시 과태료 5만 원을 부과할 방침이다. 또 인천 동구청도 지난해 10월 ‘인천시 동구 건전한 음주문화 환경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 화도진공원 등 112곳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한강 금주 지역 지정’ 두고 찬반 팽팽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공공장소를 금주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국민건강증진법’이 지난 2021년부터 시행됐다. 지방자치단체가 음주폐해 예방과 주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금지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개정안에는 다수인이 모이거나 오고 가는 관할구역 안의 일정한 장소를 조례로 금주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고, 금주구역을 알리는 안내표지를 설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이 장소에서 음주를 하는 경우 10만원 이내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지자체에서 ‘음주청정구역’을 지정해 운영했지만, 단속을 해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어 한계가 있었다.
지자체의 금주구역 지정과 운영에 대한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공원 등 일부 공공장소의 경우, 음주를 규제하는 것에 대한 시민의 반발이 적지 않다. 개인의 자유를 법으로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강공원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두고 찬반 입장이 팽팽하다. 2021년 5월 서울 반포 공원에서 대학생이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신 후 한강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되면서 ‘한강 금주’에 대한 여론이 고조됐다. 서울시는 지자체 출자·출연기관 청사, 도시공원, 하천시설과 같은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금주구역을 지정하는 내용이 담긴 ‘금주구역 지정 및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를 지난해 3월부터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이용객이 많은 일부 야외 공간은 금주구역 지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여름밤 한강공원 잔디밭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자리를 펴고 앉아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30대 직장인 A씨는 “한강을 보고 치맥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금주지역으로 지정되면 많이 아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021년 5월 서울시청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한강 금주구역 지정과 관련, “갑작스럽게 금지되는 상황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오 시장은 당시 “사회에 뿌리내린 음주문화가 있는데 공공장소에서 어떻게 일률적으로 금주를 갑자기 시행할 수 있겠느냐”며 “6개월~1년 캠페인 기간을 거치면서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통한 공론화 작업을 거치고 각 분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조례 개정에 대해 이야기는 없는 상황”이라며 “한강 전체를 금주 구역으로 지정하고 단속하는 것에 대해 의견이 많다. 어느 한 부서에서 단독적으로 시행할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공공장소 음주’ 규제…“인식부터 개선돼야”
세계적으로 공공장소에 대한 음주는 규제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18 알코올·건강 글로벌 현황’에 따르면 세계 167개국 중 50개국은 공원·거리에서의 음주 행위를 규제한다.
싱가포르는 오후 10시 30분부터 오전 7시까지 모든 공공장소에서 음주가 불가능하다. 주류판매점도 이 시간 동안 주류판매가 금지된다. 캐나다는 퀘벡주를 제외하고 시간과 관계없이 모든 공공장소에서 음주가 금지되고 있다. 영국은 7세 미만의 어린이를 동반한 보호자가 공공장소나 주점에서 음주를 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미국은 주류개봉금지법으로 공공장소에서 술을 개봉하고 갖고 다닐 경우 벌금 등을 부과한다.
손애리 삼육대학교 보건관리학과 교수는 “외국 같은 경우는 공공장소에서 음주하는 게 법으로 금지돼 시민이 애초에 하지 않아야 할 행동으로 인식한다”며 “우리나라는 현재 법으로 금지한다기보다 지자체의 조례로 규정하기 때문에 아직 공공장소에서 금주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이 형성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장소에서 금주하는 인식 개선 캠페인이 우선 시행돼야 한다”며 “인식이 개선되고 문화가 바뀐 이후 금주 지역을 차차 늘려가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홍세미 기자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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