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전세보증’ 손실 올해만 3조?....그 뒤엔 文정부 낙하산인사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입력 2023. 6. 1. 09:30 수정 2023. 6. 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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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학봉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전세사기 방치한 HUG 와 국토부의 모럴해저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 금액은 2018년 74억원, 2018년 792억원, 2019년 3442억원, 2020년 4682억원으로 급증했다.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나면 HUG가 집주인 대신 전세금을 지급한다. 이때 발생한 미반환 사고도 상당 부분은 빌라 사기극과 유사했다.

이 수치만 봐도 HUG의 전세보증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그런데 HUG는 물론, HUG를 관리 감독하는 국토부도 구멍이 커지고 있는 전세보증제도를 방치했다. 그 결과, 지난해 보증사고금액이 1조원을 넘었다. 올해 들어 매달 2000~3000억원씩 사고금액이 급증, 4월까지만도 미반환 사고금액이 1조원을 넘겼다. 이 추세이면 연말에는 3조를 넘을 전망이다.

2019년 전세가격이 일부 지역에서 하락하면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전북 익산에서 대학생 상대 122개의 원룸 보증금 100여억원을 갖고 잠적한 강모씨 사건도 터졌다. 강씨는 지금의 전세사기처럼 자기 돈 없이 전세 보증금만으로 집을 사들이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였다.

재임시절 전세보증 사고가 급증했는데도 제대로 된 보완책 없이 전세보증 확대정책을 펼친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왼쪽)과 이재광(중앙)-권형택(오른쪽) HUG 전 사장.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은 2019년 ‘주택 역전세 현황과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정책 개선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전세가격이 15% 하락할 경우, 88만 가구가 계약 당시보다 전세가격이 낮아져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역전세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전세사기 등 보증금 미반환 사고에 대한 ‘경고등’이 수도 없이 켜졌지만, HUG와 정부는 눈과 귀를 막은 듯 ‘거꾸로 정책’을 밀어 붙였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김포골드라인 사장이 HUG사장, 낙하산 사장 폐해?

HUG의 한 전직 임원은 “전세보증 사고가 빈발하는데, 경영진이 조기에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은 정말 공기업사에 기록될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2018년 3월 취임해서 2021년 4월까지 역임한 이재광 사장 재임시간에 전세보증 사고가 급증했다. 이 사장은 취임사에서 임차인 보호와 주거약자 지원을 위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확대, 도시재생 뉴딜 및 사회임대주택 활성화를 강조했다.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확대가 정권 차원의 정책이었기 때문에 취임사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팀장, KDB산은자산운용 본부장을 지냈다. 주택 관련 경력은 전무했지만, 문재인 대통령 선거캠프 참모들과의 친분으로 HUG 사장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광 사장이 퇴임할 때 HUG는 업적으로 2020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실적 57조원 달성을 내세웠다.

2021년 4월 취임한 권형택 사장은 인천광역시 투자유치고문, 미단시티도시개발 부사장, 서울도시철도공사 전략사업본부장, 김포골드라인운영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경력만 놓고 보면 철도전문가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권 사장은 작년 10월 임기 1년 6개월을 남겨 놓고 사표를 냈다. 현재 HUG 사장은 공석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주택 관련 보증업무, 주택도시기금의 효율적 운용·관리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이다. 1993년 주택사업공제조합으로 시작한 HUG는 1999년 대한주택보증주식회사로, 2015년 현재의 공사로 전환했다. 적자가 누적돼 파산했지만, 정부 지원으로 회생한 경험이 있다. 현행 주택법상 건설사 등 주택 사업자는 30가구 이상 주택을 분양할 때 HUG의 분양보증을 받아야 한다. 분양보증 전문기관인 HUG 는 문재인 정부에서 갑자기 ‘전세대출 보증전문기관’으로 둔갑했다.

◇피할 수 없는 김현미 장관 책임론

문재인 정부에서 3년 5개월간 국토부장관을 역임한 김현미 전 장관도 책임이 크다. 국토부 장관은 HUG 관리 감독 기관이다. 낙하산 사장 입장에선 HUG의 재무 건전성이나 전세보증의 적정성 문제를 따지기 보다는 장관과 청와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친서민 정부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치명적 약점이 주택가격의 급등이었다. 김현미 장관은 취임식에서 집값을 잡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특히 2020년 7월 전세시장 안정을 목적으로 졸속 도입한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서 매매가는 물론 전세가도 급등했다. 전세가격 급등은 임대차 3법의 졸속도입과 함께 전세대출 급증이 원인이었다. 전세대출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52조8189억 원이었던 전세대출액이 2022년 170조까지 늘었다. 주택구입자금 대출은 규제하면서 전세자금대출에는 파격적인 지원을 했다.

그 핵심적 역할을 HUG가 담당했다. 보증서를 발급해 금리를 낮추는 역할을 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2월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80%까지 해주던 빌라의 전세 보증을 100%로 상향조정하면서 저가 주택의 전세화가 급진전됐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보증서 남발

HUG 전세안심대출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신용이 부족해도, 소득이 적어도 전세금의 최대 90%를 저금리로 빌려주고, 집주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으면 대신 갚아주는 대출이다. 주택구입자금은 LTV 등 각종 규제로 대출을 제한했지만, 전세대출은 거의 무제한 대출이 가능했다. 정부의 친서민 정책에 발 맞춘 ‘묻지마 전세보증서’ 발급의 결과는 부실의 증가이다. 분양보증으로 연간 3000~4000억원의 이익을 내던 HUG는 전세보증 사고가 빈발하면서 작년 적자로 전환했다.

최민섭 호서대 부동산 자산관리학과 교수는 “서민주거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졸속 도입되고 확대한 임대차 3법, 전세대출과 전세보증 확대가 오히려 부메랑이 돼 전세 사기극의 원인을 제공하였다”면서 “HUG의 보증사고가 급증한 것은 전문적 식견이 없는 낙하산 사장과 국토부의 모럴 해저드가 빚은 합작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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