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성과의 저주

정양범 매경비즈 기자(jung.oungbum@mkinternet.com) 2023. 6. 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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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팀원이었던 김팀장의 고민

회사는 매년 최고의 성과와 좋은 품성을 가진 모범 사원을 선발하여 시상하고, CEO와 함께 식사를 한다. 20년 넘게 유지한 이 제도는 성과 10% 안에 있는 직원 중 부서장의 추천과 직원들의 투표로 이루어진다. 회사가 이 제도를 시행하고 5번 이상 한 사람이 모범 사원으로 선발된 사람은 김팀장이 유일하다. 김팀장이 팀원이었을 때, 넓은 네트워크와 IT 역량으로 자료 수집, 분석, 보고서 작성에 탁월한 성과를 창출했다. 김팀장이 팀원일 당시에 작성한 보고서는 모든 팀원들의 표본이 될 만큼 깔끔하고 원하는 바를 명쾌하게 담고 있다.

김팀장은 입사 동기에 비해 3년 정도 빠르게 팀장이 되었다. 많은 직원들은 팀장이 되었으니 더 많은 성과를 낼 것이라 생각했다. 팀원들도 김팀장이 자신들의 역량을 끌어 올리고 성과를 내게 할 것이라 의심하지 않았다. 1년이 지나지 않아 김팀장의 고민은 늘어만 간다. 팀의 활력이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다른 팀으로 옮기거나 심한 경우 이직을 생각하고 있고, 퇴근 시간만 되면 바로 퇴근한다. 팀원들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성의가 없다. 제시된 숫자나 사례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과 다르거나 적합하지 않다. 무엇보다 마감 임박하여 보고하기 때문에 김팀장은 매일 야근이다. 팀원들의 보고서를 건건이 살피며 수정해 직접 보고를 한다. 팀원들은 지시 내린 일만 한다. 그 일에 영혼을 담지 않고 ‘이번에도 팀장이 다 고치고 보고하겠지’ 하는 마음이다. 팀의 막내인 김주임이 면담을 요청한다. “이 곳에 더 근무하면 할수록 무기력해지는 자신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이직을 결심했다”고 한다. 만류하니까 “팀의 선배들과 같은 모습이 되고 싶지 않고, 팀장님에게 배울 점이 없다”고 한다. 김주임을 보내고 김팀장은 무엇이 잘못되었나 고민에 빠진다.

과거의 성공이 현재의 성과를 이끌지 못한다.

팀장과 임원 대상의 강의에 수 많은 질문을 한다. 이 중, “주어진 일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대안을 모색하고, 대안 중 최적안을 선정하여 일이 되도록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질문했다. 사무 관리직에서 이 일을 담당하는 사람은 팀원이다. 이 팀원의 핵심역량은 자료 수집력, 분석력, 문제 해결력, 문서 작성력이다. 이러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과 수 많은 경험을 쌓게 한다. 상기 질문 중 팀장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일은 주어진 일을 창출하는 과제 창출력이다. 다음이 이 과제를 누구에게 배분할 것인가 결정하는 업무 분장, 마지막이 팀원이 작성한 보고서를 최종 판단하는 의사결정력일 것이다. 팀장에게 필요한 교육이나 경험은 이 역량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

만약 팀원으로 해야 할 일에 매우 탁월한 팀원이 팀장이 되어 팀원으로 성공했던 역량에 대한 교육과 경험을 이어간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팀장이 해야 할 과제 창출을 하지 않으니까 팀원들은 가치를 더 창출한 도전적인 일 그 자체가 없다. 자신에게 부과된 업무분장 속의 유지 업무만 수행하면 된다. 새로운 가치와 성과가 창출되지 않는다. 팀장의 자료 수집과 분석, 문서 작성의 역량이 더 뛰어나니 팀원들이 가져가는 보고서는 빨간 줄이 대부분이다. 매번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누가 열과 성을 다해 일을 하겠는가? 성과를 낼 수 있는 중요한 일은 창출하지 못하면서, 중요하지도 긴급하지도 않을 일에 빨간 줄이 가득하면 팀원들은 더 이상 이곳에 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까? 애사심과 일에 대한 자부심 때문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닌 받아주는 곳이나 사람이 없어 남아 있게 되는 상황이 발생되지 않을까?

팀원과 팀장의 역할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 팀장의 잘못이다. 팀원으로 잘했던 역할과 역량이 팀장이 되어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있다. 하지만, 팀장의 역할은 분명히 팀원과 다르다. 팀원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잘하면 되었지만, 팀장은 팀의 지속적 성장과 성과 창출이 더 중요하다. 조직과 조직 성과의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해야만 한다. 그 역할에 맞는 경험과 육성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것이 실행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언제 인식하고 준비해야 하는가?

팀장이 된 후 팀원의 역할과 팀장의 역할은 다르기 때문에 팀장으로서 어떤 바람직한 모습, 방향, 전략, 중점과제를 만들 것인가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인식하고 팀과 팀원을 이끌어야 한다.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팀장이 되어 당황스럽다. 자신이 배운 것은 지금까지 옆에서 지켜 본 팀장이 했던 언행이 전부였다. 팀장이 되어 회의에 참석하고, 이런저런 지시를 받고 팀원들의 고충과 불만을 듣다 보니 하루가 고통의 연속이다. 성과가 떨어진다는 경영층의 질책, 예전만 못하고 역시 구관이 명관이라는 주위의 평에 속이 상한다. 팀원에게 회사의 지시사항을 요청하면, “이거 왜 우리가 해요?” “지금 당장 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여러 변명이 많다. 팀장이 되어 달라지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실무는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팀장이 해야 할 일이 있다. 조직과 팀원 관리를 해야 하고, 대내외적으로 팀을 대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팀의 성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해야 할 일과 책임에 비해 혜택은 적고 위험부담은 크다. 잘못하면 팀장에서 팀원으로 보직해임되어 얼굴 들고 다닐 수 없게 된다. 왜 팀장이 되었나 후회되기도 한다.

회사의 허리 역할을 수행하는 팀장은 직무 전문성을 기본이고, 자부심과 열정으로 충만되어 있어야 한다. 팀과 팀원의 성장과 성과를 견인해야 한다. 올바른 방향과 해야 할 일을 결정하고 악착 같이 실행하여 성과를 창출해야만 한다. 팀장이 되어 이런 역할과 해야 할 일을 알려 주는 것은 늦은 감이 있다. 팀원 중 팀장이 될 수 있는 우수 인재를 선발하여 ‘팀장의 역할과 조직 장악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경험을 쌓게 해야 한다. 과장에서 부장 레벨의 우수한 인재를 엄선하고, 팀원과 팀장의 역할과 일의 다른 점을 분명히 알려 주고, 팀원에서 팀장으로 넘어가는 경험과 교육을 통해 팀장이 되었을 때 당황함이 없도록 전력화 프로그램을 1년 정도의 기간 동안 수행한다면 최소한 왜 내가 팀장이 되었나 후회하지는 않을 듯하다.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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