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삭제 없이 사과 입장문 올린 월간조선에 "이런 식의 사과는 3차 가해"
고 양회동 지대장 유족 "CCTV 유출과 오보까지 사과해야"
기사 정정·삭제 안한 월간조선 "표명할 건 다 했다"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사과로 보지 않는다.”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 수사 중단을 요구하며 분신한 고 양회동씨의 유가족은 월간조선의 '사과 공지'를 보고 이같이 밝혔다. 월간조선이 사실 확인 없이 '단독'을 달아 그의 유서에 대필 의혹 오보를 냈다가 12일 만에 “사과 드린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다.
고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형 회선 씨는 31일 “(월간조선의 사과문을) 사과로 보지 않는다”며 “이런 식의 사과는 3차 가해”라고 말했다. 그는 “진짜 사과가 되게 하려면 (자매지인) 조선일보와 조선NS의 CCTV 유출과 오보를 포함해 공개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지대장의 유족은 전날인 30일 월간조선이 사과 공지문을 올린 데에 관련 입장을 내지 않고 있던 터다. 유족은 “이것을 사과라고 해야 하는가, 왜 우리가 이런 얘기를 듣고 마치 그런 사과를 기다린 것처럼 입장 표명까지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이 있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월간조선이 검증 없는 오보로 고 양 지대장과 유족의 존엄, 노조의 도덕성을 훼손한 책임을 지는 조치로 읽을 수 없다는 취지다.
월간조선은 31일 현재까지 문제의 오보를 정정하거나 삭제하지 않은 상태다. 배진영 월간조선 편집장은 정정삭제 계획을 묻는 질문에 “기사 삭제는 어차피 기사가 나가고 알려진 건데 이제 와서 저희가 그걸 삭제한다고 해서 있었던 일이 없어지겠나”라며 “어저께 일단 저희들이 의사 표명할 건 다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족과 노조가 정정 보도와 삭제를 요구해온 사실에 대해서는 “그쪽에서 조치를 공식적으로 요구해온 건 아직 아니지 않나. 언론을 통해 요구한 거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이 삭제를 요구한다든지 그러면 그건 저희가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배 편집장은 사과문에서 '오보 책임소재를 가리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한 일정을 묻는 질문에 “두고 봐야 될 것”이라며 “(누가 조사를 진행할지)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 고발 사건에서 유족과 노조를 대리하는 김예지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월간조선이 허위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단순히 사과만을 표한 데에 굉장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앞으로 법적 절차를 통해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피해자들이 입은 극심한 손해에 대해선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앞서 조선일보와 조선NS, 월간조선은 고 양 지대장이 분신한 직후부터 고 양 지대장의 분신에 대해 연이어 의혹 보도를 해왔다. 조선일보는 3일 최초로 양 지대장 곁에 있던 동료 노조 간부의 분신 방관 의혹을 제기한 뒤 조선NS와 조선일보가 16~17일 이를 확대해 기사화했다.
현장에 있던 주요 목격자인 YTN 기자들과 경찰은 해당 간부가 만류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입장이지만, 두 매체는 이를 확인하고도 익명의 취재원을 근거로 방관 의혹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양씨의 분신하는 모습이 담인 CCTV 장면은 유가족 동의 없이 유출해 공개했다.
이어 월간조선은 18일 양 지대장이 남긴 유서가 대필 또는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추가 취재나 검증, 당사자의 반론 반영을 하지 않았다. 기사를 작성한 김광주 기자는 전문 필적감정을 통해 오보임이 확인된 뒤 “필적 감정의 경우에도 주관이 (들어가) 감정마다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계와 노동계에선 이들 매체가 검증이나 사실 확인 없이 양 지대장의 죽음의 의미를 폄훼하는 보도를 내보낸 데에 악의적 오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건설노조와 유족 등은 조선일보와 조선NS, 월간조선 측을 사자 명예훼손과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 고발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들 매체에 기사를 삭제하고 사죄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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