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아빠찬스’ 수법 드러나… 면접시 채점표 조작, 등수 표시해 인사과 전달
‘선관위판 음서제’라 불리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직 간부 자녀들이 특혜채용 의혹을 받는 가운데, 이들이 경력채용 될 수 있었던 배경에 아빠들의 영향력이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관위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특별감사 결과에 따르면 박찬진 사무총장 자녀는 지난해 전남선관위 경력직으로 채용됐다. 16명의 응시자 중 서류전형을 통과한 10명을 대상으로 면접이 이뤄졌고, 최종 6명이 합격했다.
당시 면접위원들은 평정표 채점란은 비워둔 채 면접자 10명의 순위를 정한 뒤 등수를 표기해 인사 담당 직원에게 전달했다.
면접장에 들어가지도 않았던 인사 담당 직원은 공란인 채첨표의 평가 항목마다 ‘상·중·하’로 점수를 매겨 면접자들의 순위를 맞췄다.
면접위원이 정한 면접자들의 순위가 반영되도록 채점했다고 주장했지만, 순위가 같더라도 실제 면접위원이 평가한 채점표가 아닌 임의의 채점표이기 때문에 사실상 ‘점수 조작’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면접위원들이 정한 순위가 그대로 최종 결과에 반영됐는지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채점표가 공란인 만큼 인사과에서 면접 순위와 별개로 순위 조작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인사 담당 직원과 면접위원들은 박 총장 자녀의 응시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당시 사무차장이었던 박 총장의 자녀의 인적 사항을 미리 인지했을 가능성도 있다.
박 총장은 채용 절차가 마무리된 뒤 전결권자로서 자녀의 전입 승인도 ‘셀프 결재’했다.
송봉섭 사무차장 자녀는 2018년 공고 없이 해당 지방자치단체나 지인의 추천 등을 받아 채용하는 방식인 ‘비다수인 대상 채용’으로 충북선관위에 채용됐다.
당시 2명 모집에 2명이 지원했고, 모두 합격했다.
비다수인 채용의 경우 통상 지자체에 채용 계획을 알리고 추천받지만, 당시 외부 기관에 파견 중이던 송 차장은 충북 및 단양군선관위 인사 담당 직원에게 전화해 채용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직접 자녀를 소개·추천했다.
고위 간부의 전화가 담당 직원들에게는 추천이 아닌 ‘압력’ 또는 ‘청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송 차장 자녀의 면접을 봤던 면접위원들은 그와 직장·지역 연고가 있는 ‘아빠 지인’들이었고, 실제 면접에서 3명 모두 만점을 줬다.
신우용 제주선관위 상임위원 자녀는 2021년 서울선관위에 경력 채용됐다. 28명 응시자 중 18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고, 최종 12명이 합격했다.
신 위원이 서울선관위에 자녀 지원 사실을 알린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인사 담당 직원들은 인사카드 가족관계란을 통해 지원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채용 실시 전년도까지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이 신 위원 자녀 면접에 참여해 모두 만점을 줬다는 점이다.
경남선관위 총무과장의 자녀는 지난해 경력 채용 면접에서 ‘아빠 동료’들한테 면접을 봤다. 총무과장은 당시 인사업무 담당자에게 자녀가 응시해 면접에 참여할 수 없다고 알렸고,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동료 과장들은 자연스럽게 총무과장 자녀 응시 사실을 알게 됐다.
내·외부 면접관들은 면접에서 총무과장 자녀에게 모두 동일한 점수를 줬다.
선관위는 4명 모두 채용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 발휘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정황이 있다며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아울러 ‘아빠 동료’의 면접을 방지하기 위해 면접위원을 100% 위부 위원으로 위촉하고, 자녀 추천을 막기 위해 비다수인 채용을 폐지하기로 했다.
다만, 4명의 자녀 모두 채용 이후 승진 과정에서 특혜나 부당한 영향력 행사는 없었던 것으로 특별감사 결과 파악됐다. 이들 모두 최소 승진 소요 연수와 내부 승진요건을 충족했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인사업무를 총괄하는 경남선관위 총무과장이 자녀의 승진 심사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것에 대해서는 ‘이해충돌 방지법 시행에 관한 선관위 규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고, 총무과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계획이다. 다만 당시 승진 심사 대상 3명이 모두 승진했기 때문에 특혜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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