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공무원들, 수박도 안줘 괘씸” 민원에 서산시청 게시판 ‘발칵’

이가영 기자 2023. 6. 1.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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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조선DB

충남 서산의 한 면사무소를 찾은 시민이 공무원들만 수박을 먹을 뿐 자신에게 권하지 않았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서산시청 홈페이지에서는 해당 민원 내용을 비판하는 글과 최초 민원인의 반박이 잇따르며 설전이 벌어졌다.

지난달 27일 서산시청 홈페이지 시민참여 게시판에는 ‘제가 고향에서 이런 대접을 받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최모씨는 “오랜만에 방문한 면사무소였다”며 “10명 정도가 모여서 수박을 먹고 있었고, 민원인은 저 혼자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최씨는 “단 한명의 공무원도 자기 지역민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질 않았고, 수박 하나 권하는 공무원이 없었다”며 “그 10명의 나잇대가 다양했는데도 불구하고 모두가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고 했다.

최씨는 “내 자식들이 아니라는게 안심이 될 정도로 그 순간 그들이 부끄러웠다”며 “저런 것들을 위해 내가 세금을 내고 있구나 싶어 괘씸했다”고 했다. 이어 “똑똑한 친구들이라 사태를 파악해서 일처리는 빠르게 진행됐으니 다행이었지만 대민봉사가 뭔지도 모르는 다음 세대들을 보니 참으로 한심하단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최씨는 “수박껍데기 정리하면서 제 눈을 마주치지 않고 내리까는 거 보면 일말의 양심은 있었나 싶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게 부모 교육의 문제일까요? 공무원 교육의 문제일까요?”라며 “연수는 왜 받으러 가나. 아무것도 배워오는 게 없는 것 같고만”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최씨의 글은 1일 오전 기준 무려 7700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2019년에 올라온 서산시청의 공지글 조회수가 3300건인 것과 비교하면, 단 며칠 만에 두 배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셈이다.

지난달 27일 서산시청 시민참여 게시판에 올라온 민원 글. /서산시청 홈페이지

최씨의 의견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글도 달렸다. 박모씨는 “공무원들이 홀대한 것도 아니고, 수박 한통 먹다가 민원인에게 권하지 않았다고 부모 욕까지 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박씨는 “수박 못 드셔서 배탈 나신 것 같다”며 “너무 나쁘게만 보지 말고, 업무 처리 빨리 하셨다니 노여움 풀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최씨의 반박이 나왔다. 최씨는 “수박 못 먹어서 미친X 됐다”며 “제가 말하는 요지를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제가 아무나인가. 엄연히 일을 보러 간 지역민인데, 따뜻한 말 한마디 못 건네는 게 맞느냐”고 했다. 최씨는 공무원들이 자신을 단체로 무시한 게 문제라면서 “기분이 좋을지 묻고 싶다”고 했다.

여기에 최씨를 향한 비판이 이어졌다. ‘당신이 부끄러운 지역면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모씨는 “모두가 아니라고 얘기해도 노발대발 화내는 걸 보니 배움의 부족함이 여실히 느껴진다”며 “더 나은 사람이 되라”고 충고했다. 김모씨는 “정말 보기 불편한 민원”이라며 “공무원도 민원인과 같은 사람인데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오셨길래 섬긴다는 단어를 쓰냐”고 했다. 하모씨는 “저도 공무원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별 걸로 욕을 먹는다는 생각이 든다”며 “공무원을 얼마나 아랫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저런 표현을 하느냐”고 했다.

면사무소 직원들을 응원하는 이들도 있었다. “여러모로 고생이 참 많다. 파이팅”이라거나 “귀담아 듣지 말고 더운 날 수박 더 드시고 힘내시라” 등의 내용이었다.

서산시는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게시할 수 있는 시민참여 공간이자 건전한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할 곳”이라며 “서산시의 건설적인 발전을 위해 많은 시민의 폭넓은 표현의 자유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나 건전한 사회통념 수준에서 용인되지 않는 모욕적인 언사를 게재하는 건 당사자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적극적인 협조와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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