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며

원용철 벧엘의집 담당목사 2023. 6. 1.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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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가 했는데 계절의 시계는 벌써 봄을 넘어 여름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

이렇듯 우리 벧엘의집 벧엘농장도 봄은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며 농사를 시작하는 계절이다.

사실 올해 비트농사에 욕심을 낸 것은 지난해 벧엘농장 프로그램에 참여자가 단 두 명으로 줄어들어 손이 덜 가는 작물을 찾아 심었던 것이 비트였는데 예상외로 비트 농사가 잘 돼 기대이상의 수확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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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철 벧엘의집 담당목사

봄이 오는가 했는데 계절의 시계는 벌써 봄을 넘어 여름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 갑자기 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르면서 벧엘의집은 쪽방생활인들의 혹서기 대책을 고민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그래도 5월은 봄의 새싹들이 연녹색에서 초록색으로 짙어지는 봄의 끝자락임에는 분명할 것이다. 우리에게 봄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누구에게는 꽃 피는 춘삼월로, 누구에게는 따스한 봄볕으로, 누군가에게는 생명의 기운이 움트는 희망의 계절로 여겨지지만 농부에게는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며 본격적으로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로 여겨질 것이다. 이렇듯 우리 벧엘의집 벧엘농장도 봄은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며 농사를 시작하는 계절이다.

올해 벧엘농장은 비트 수확을 두 번 할 요량으로 예년보다 조금 일찍 농사준비를 시작했다. 지난해 비트농사가 다른 작물(감자, 고추, 가지 등)보다는 예상보다 성과가 좋았기에 올해는 한 번 더 수확할 욕심으로 겨울 기운이 다 가시기 전에 비트를 파종했다. 그렇게 일찍 비트 모종을 심고 나니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기도 해 괜한 일을 벌였나 조금은 걱정도 했지만 다행히 비트 모종들이 꽃샘추위를 잘 견뎌내 주어 지금은 아주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사실 올해 비트농사에 욕심을 낸 것은 지난해 벧엘농장 프로그램에 참여자가 단 두 명으로 줄어들어 손이 덜 가는 작물을 찾아 심었던 것이 비트였는데 예상외로 비트 농사가 잘 돼 기대이상의 수확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판로였다. 하여 비트를 그냥 팔기 보다는 비트즙으로 가공하여 판매하기로 하고 전량 비트즙으로 가공해 판매를 했다. 결과는 기대이상의 대성공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비트농사를 대폭 늘린 것이다.

이렇듯 벧엘의집 식구들에게 이곳에서의 삶이 비트농사와 같았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 당장 몸을 의탁할 곳이 없어서 찾아왔지만 벧엘의집에서 시작하는 그들의 삶이 좌절과 절망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전환점이 된다면 분명 벧엘이 그들에게는 비트농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벧엘식구들 대부분의 삶은 꼬이고 구부러져 무엇을 해도 안 된다는 패배감에 짓눌려 있다. 심지어 희망이라는 놈은 자신들에게는 사치라고 생각하기까지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저 하루하루 버텨내며 시간을 죽이고 있는 것이 벧엘식구들의 모습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그런 그들에게 벧엘의집이 비트농사처럼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자리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쩌면 그 길이 벧엘이 가야하는 길일 것이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사람은 기쁨으로 거둔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사람은 기쁨으로 단을 가지고 돌아온다"는 시편의 말씀처럼 기대할 것이 없고, 어쩔 수 없어서, 그것 밖에 할 것이 없어서, 별 기대도 없이 시작해 보지만 그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희망을 꿈꿀 수 있다면 분명 비트농사처럼 기쁨으로 단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올해도 비트농사가 꼭 성공을 거두기를 기도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벧엘식구들이 비트농사를 통해 자신의 미래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꿈꿀 수 있기를 바란다. 어쩌면 비트자체를 풍성하게 거두는 것보다 비트농사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 시작할 수 있다면 그것이 더 크고 풍성한 열매로 돌아오지 않을까!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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