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한국 들어오기 전에 짐쌌다…오그레디 실패, 외국인 선수에겐 멘탈도 실력이다

이상학 2023. 6.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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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대전, 최규한 기자] 한화 오그래디가 삼진으로 물러난 뒤 더그아웃에서 아쉬워하고 있다. 2023.05.16 / dreamer@osen.co.kr
[OSEN=대전, 최규한 기자] 한화 오그레디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아쉬워하고 있다. 2023.05.17 / dreamer@osen.co.kr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한화는 지난 2월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네덜란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과의 연습경기를 4-1로 승리하며 첫 실전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그런데 외국인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31)는 밝은 표정이 아니었다. 

이날 3타수 무안타로 물러난 오그레디는 덕아웃 뒤쪽 공간에서 자신의 헬멧을 땅에 내리치며 자책했다. 캠프 연습경기, 그것도 첫 경기일 뿐인데 뭔가 답답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때만 해도 승부욕으로 보여졌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그만큼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외국인 선수라면 누구나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이때부터 오그레디는 심적으로 쫓기고 있었는지 모른다. 

한화는 지난달 31일 대전 키움전에 앞서 오그레디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KBO에 요청했다. 올해 외국인 선수 3호 방출로 타자 중에선 오그레디가 처음이다. 올 시즌 22경기 타율 1할2푼5리(80타수 10안타) 무홈런 8타점 5볼넷 40삼진 출루율 .174 장타율 .163 OPS .337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방출됐다. 

역대 외국인 타자 중 50타석 이상 뛰고 홈런 없이 방출된 선수는 지난 1998년 해태 숀 헤어(72타석), 2006년 롯데 존 갈(124타석)에 이어 오그레디가 3번째다. 삼진율 46.5%는 2021년 KT 이홍구(48.3%)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나쁜 기록이다. 지난달 20일 두 번째 2군행 통보를 받을 때 사실상 방출이 결정된 상태였다. 

커리어만 보면 오그레디가 이 정도로 부진한 것은 미스터리에 가깝다. 미국 메이저리그 3시즌(62경기) 경력의 오그레디는 2018~2021년 트리플A에서 3시즌 통산 타율 2할8푼4리 51홈런 152타점 OPS .913으로 실적이 좋았다. 2~3년 전부터 KBO리그 팀들의 관심을 받았고, 아니나 다를까 일본이 먼저 오그레디를 채갔다. 

[OSEN=인천, 조은정 기자] 한화 오그레디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고 있다. 2023.05.14 /cej@osen.co.kr
[OSEN=조은정 기자] 한화 오그레디. 2023.03.18 /cej@osen.co.kr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오그레디는 123경기 타율 2할1푼3리 15홈런 46타점 OPS .696을 기록했다. 퍼시픽리그 규정타석 타자 21명 중 가장 낮은 타율이었지만 홈런은 공동 7위로 장타력은 뛰어났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센가 고다이(뉴욕 메츠)를 비롯해 미야기 히로야(오릭스), 모리시타 마사토(히로시마), 히가시하마 나오(소프트뱅크) 등 10승 선발들을 상대로도 홈런을 터뜨렸다. 

일본보다 한 단계 아래 수준인 우리나라에선 오그레디의 장타력이 조금 더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런데 이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시범경기에서도 타율은 1할대(.114)였지만 홈런 3개로 한 방 능력을 보여줬던 오그레디는 그러나 시즌 개막 후 말도 안 되게 무너졌다. 타격 기술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멘탈이 붕괴되면서 도저히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워크에식이 나쁜 선수는 아니었다. 스스로 특타도 자청하며 부진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좀처럼 결과로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그 흔한 바가지 안타도 없냐”며 내부에서도 안타까워했다. 일부 극성맞은 팬들의 가족 비난 SNS 악플에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옆에서 지켜보기 안쓰러울 정도”라는 말이 나왔다. 선수들도 움츠러든 오그레디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OSEN=최규한 기자] 한화에서 방출된 오그레디. 2023.05.16 / dreamer@osen.co.kr
[OSEN=대전, 최규한 기자] 한화 오그래디가 삼진으로 물러난 뒤 더그아웃을 빠져나가고 있다. 2023.05.16 / dreamer@osen.co.kr

종목을 막론하고 외국인 선수가 기량 미달로 방출되는 일은 너무 흔하지만 오그레디 정도 되는 커리어에 이만큼 못하는 것은 보기 드물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지난달 중순 “오그레디가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다. 그런 친구일수록 슬럼프가 오래 가고, 향수병도 생길 수밖에 없다”며 성격적인 요소도 부진 이유 중 하나로 봤다. 

오그레디는 지난해 일본에서도 향수병 이야기가 나온 선수였다. 개막 후 5월8일까지 뛰고 아내의 출산 날짜에 맞춰 미국에 잠시 휴가를 다녀온 오그레디는 5월24일 돌아왔지만 복귀 전후로 타율(.262→.191)이 급락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첫 딸을 얻은 뒤 일본으로 돌아가 ‘기러기 아빠’ 생활을 했는데 오그레디에게 무척 힘겨운 시간이었다. 실제 그는 지난 2월 캠프 기간 “처음으로 얻은 아이와 따로 떨어져 혼자 지내는 게 정말 힘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컨디션과 성적이 떨어졌다”고 돌아봤다.

외국인 선수에겐 실력 못지않게 심리적인 안정과 향수병 방지가 중요한데 오그레디의 상황이 그랬다. 올해 한국에서도 오그레디는 혼자 지냈다. 6월에 아내와 딸이 한국에 들어와 함께 있을 예정이었지만 5월의 마지막 날 방출 통보를 받았다. 가족이 오기 전에 먼저 짐을 싼 오그레디는 쓸쓸하게 한국을 떠나게 됐다.

[OSEN=대전, 최규한 기자] 한화 오그레디가 팬들에게 인사한 뒤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2023.05.16 / dreamer@osen.co.kr
[OSEN=대전, 최규한 기자] 한화 오그레디가 삼진으로 물러난 뒤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2023.05.18 / dreamer@osen.co.kr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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