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팔고 쌓이는 반도체에…커지는 경기부진 장기화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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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국내 생산·소비가 동반 감소 전환하는 등 한국 경제지표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 생산은 0.5% 늘었지만 출하 감소폭(-20.3%)이 큰 탓에 재고비율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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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생산 1.4%↓·소비 2.3%↓ 동반 하락 전환
반도체 재고 31.5%↑…제조업 재고율 역대최대
“반도체 부진 장기화 신호…‘상저하고’도 불투명”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공지유 기자] 지난 4월 국내 생산·소비가 동반 감소 전환하는 등 한국 경제지표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반도체 재고가 늘면서 제조업 재고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경제의 주축인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경기 불황 탓에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경기둔화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등 제조업 생산이 1.2% 줄어든 영향이 컸다. 반도체조립장비, 디스플레이제조용기계 등 생산이 줄어들면서 기계장비 생산은 6.9%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생산은 3월 35.1% 깜짝 증가세를 보였지만, 4월엔 0.5% 증가에 그쳤다. 의약품도 해외 수탁물량 감소 영향으로 전월보다 8% 감소했다.
4월 제조업 재고율은 130.4%로 1985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반도체 재고가 쌓인 데 따른 것이다. 생산이 1.2% 줄었으나 출하는 이보다 많은 4.6% 줄면서 재고가 창고에 쌓이는 것이다.
품목별로 보면 우리나라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반도체의 재고가 전월대비 31.5% 늘었다. 지난해 4월과 비교하면 83.3% 증가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 생산은 0.5% 늘었지만 출하 감소폭(-20.3%)이 큰 탓에 재고비율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불황이 장기화한다면 정부의 ‘상저하고(上低下高)’ 경기 전망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4월 산업활동동향은) 반도체 경기 악화가 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하반기에도 반도체 경기가 쉽게 회복되긴 어려워 보이는 만큼 전반적인 경기도 충분히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지난달 ‘최근 반도체경기 흐름과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수출물량이 10%, 가격이 20% 하락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1%포인트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여기에 그나마 1분기 경기 부진을 완화해줬던 소비도 4월에 전월대비 2.3% 감소하며 3개월 만에 마이너스 전환했다. 지난해 11월(-2.3%) 이후 최대폭 감소다. 2월 의류 구입이 많았던 기저 효과로 의복 등 준내구재(-6.3%) 판매가 많이 줄었다. 김보경 심의관은 “서비스업은 최근 회복했지만 소매판매는 코로나19 이후 서비스 쪽으로 소비가 이동하며 좋은 상태는 아닌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정부도 상저하고 전망은 유지하되 하반기 반등 시점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심의관은 “최근 경기흐름이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상으로는 올라가고 있으나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정부도 (경기 흐름을) 상저하고로 전망하고 있으나 상승 시점에 대해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비 (deme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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