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치이고 엔비디아에 밀리고…인텔 "아 옛날이여"
2000년대 휴대폰·그래픽칩 제조 실패로 부진 늪,
파운드리 세계 2위 목표 불구 '서비스 DNA' 부족
인텔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PC 혁명을 이끈 중앙처리장치(CPU)를 만들면서 실리콘밸리의 거물이 됐다. 겔싱어의 멘토였던 전 CEO 앤디 그로브의 지휘 아래 인텔 칩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 소프트웨어를 실행했고 IBM은 컴퓨터에 아예 인텔 브랜드의 프로세서(인텔인사이드)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에 안주하다보니 2000년대 들어 휴대폰과 하이엔드 컴퓨터 그래픽칩 생산에 실패했다.
글로벌 칩 시장은 10년 후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컴퓨터 그래픽칩 시장은 엔비디아의 독무대다. 30일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장중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다. 겔싱어는 인텔 최고기술책임자로 있던 2001년 컴퓨터 그래픽칩 프로젝트 실패로 회사에서 퇴출당한 바 있다. 이후 8년간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회사인 VM웨어의 CEO로 지내다 2021년 2월 인텔로 복귀했다. 그만큼 엔비디아의 부상이 뼈아프다.
돌아온 그가 비빌 곳은 파운드리다. 겔싱어의 부활 계획엔 공장을 확장하고 파운드리 사업을 신설해 주문을 늘리는 게 포함됐다. TSMC에 이어 2030년까지 파운드리 2위가 되겠단 목표다. 그러나 인텔 임원들에 따르면 휴대폰 칩 대기업 퀄컴과 테슬라는 인텔에 칩 생산을 맡기려다가 보류했다. 퀄컴은 지난해 초 인텔 공장에서 휴대폰 칩을 만들 엔지니어팀까지 할당했으나, 인텔이 지난해 6월에 이어 12월에도 양산 기일을 맞추지 못하자 컴플레인을 제기했다. 테슬라 역시 인텔이 다른 주요 파운드리가 제공하는 광범위한 칩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자 결정을 철회했다.
지난 4월 27일 인텔은 사상 최악의 분기별 손실을 기록했다. 이번 분기에도 손실이 불가피하다. 회사는 배당금을 삭감하고 직원 해고를 포함한 비용절감에 착수했다. 임원급여를 줄이고 2025년까지 연간 비용을 최대 100억 달러까지 절감하겠단 목표다. 겔싱어가 CEO로 임명된 이후로도 주가는 약 30% 하락했다. 그 사이 PHLX 반도체지수는 10%가량 상승했다. 현재 TSMC의 시장가치는 인텔의 4배 이상이고, 엔비디아의 시장가치는 약 8배에 달한다.
인텔이 기대는 변수는 미국의 칩스법(반도체과학법)이다. 미국 정부는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독려하기 위해 530억 달러 상당의 자금과 대출보증 및 각종 인센티브를 할당했다. 인텔은 오하이오주 릭카운티에 세계에서 가장 큰 칩 제조시설을 짓고 있다. 애리조나에도 신규 공장을 짓고 있고 독일과 전세계 다른 지역에도 생산시설을 조성하겠단 방침이다.
지브롤터 캐피털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앤드루 보이드는 "인텔에겐 많은 과제와 실행 위험이 있고, 이러한 다년간의 전략을 구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15년간 인텔의 핵심주주였던 지브롤터 캐피털매지니먼트는 지난 1월 인텔에 대한 거의 모든 포지션을 청산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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