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2차 공공기관 이전, 우회로는 없다

박태우 기자 2023. 6. 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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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린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관련 “이미 논의에 들어갔으며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두 달 뒤 윤 대통령 주재 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더 진전된 입장을 내놓았다. “2차 공공기관을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이전되도록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원 장관 역시 올해 초 충청권 4개 시·도지사를 만나 “수도권 공공기관 지역 이전이 올해부터 가시화될 것”이라고 거듭 약속했다.

두 사람은 공공기관 이전 심의권과 승인권을 가진 기관의 수장이다. 당장이라도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시작될 것이라는 지역의 기대감이 커진 것은 당연한 일. 이전 로드맵이 올해 상반기, 늦어도 7월 중으로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파다했다.

비수도권 정치권은 발 빠르게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섰다. 광역단체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유치 준비에 돌입했다. 부산은 이전이 확정된 산업은행을 비롯해 금융 기능을 가진 20여 개 기관이 부산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원도는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농협 등 32개 공공기관을 유치 대상으로 정했다. 충청남도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대한체육회 등과 국방 분야 기관 유치에 나섰다. 대전은 코레일관광개발, 코레일네트웍스 등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대구도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 18개 공공기관 유치를 희망한다.

이 와중에 정부 당국자들은 이런 기대감을 또 한 번 부추겼다. 애초 정치권 안팎에서 거론된 이전 대상 공공기관은 120여 개. 그런데 우 위원장은 3배에 달하는 360곳이 이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국토부는 한 술 더 떴다. 500곳이 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복환 국토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 부단장이 지난달 국회에 출석해 밝힌 전망이다.

비수도권은 들썩였다. 공공기관 이전이 고사 위기에 놓인 지방의 유일한 돌파구로 인식된 때문이다. 저마다 공공기관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광역단체는 핵심 공공기관 유치 경쟁에 돌입했다. 비혁신도시 기초단체도 연대했다. 현행법상 이전 공공기관은 혁신도시로 이전하도록 규정한다. 이에 혁신도시가 없는 전국 6개 시·도의 18개 시·군 단체장들은 “인구감소 지역으로 이전 공공기관을 우선 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전 공공기관을 비혁신도시에도 배치해야 한다는 요구다. 반면 혁신도시를 둔 지자체는 기존 혁신도시에 공공기관을 집중시켜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맞섰다.

비수도권은 펄펄 끓는데 정부 분위기는 묘하게 바뀌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입지와 이전 기관 선정 기준 등 ‘원칙’을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어느 규모로, 언제부터 시작할지에 대한 로드맵 발표 시기도 실무선에서 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난감해 했다. 우동기 균형위원장도 “연내 로드맵을 발표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을 흐렸다. 어떤 공공기관을 이전시킬지 특정하는 것은 빨라야 내년, 경우에 따라서는 2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정부는 애초 공언과 달리 왜 미적댈까. 국토부와 우 위원장의 말을 종합하면 ‘지역 갈등’과 ‘정치 일정’이 이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간 갈등이 심화되는 것이 정부로서는 부담이 된다는 얘기다. 너무 뻔한 핑계지 않나. 1차 공공기관 이전을 경험하고도 이를 예상 못했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연기 빌미로 든 것이면 정략적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줄곧 국가균형발전을 주요 국정 기조로 삼았다. 여러 차례 그 중요성을 역설했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은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원칙과 뚝심이 작용한 측면이 크다. 이른바 ‘윤석열다움’의 회복.


미적대면 더욱 꼬인다는 것이 1차 공공기관 이전의 교훈이다. 또 정략적 활용을 시도했던 문재인 정부는 강한 역풍을 맞았다. 우회로를 찾는 것은 문제를 키울 뿐이다. 비수도권 14개 시·도민이 윤 대통령의 결단을 지켜본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

박태우 서울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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