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에 대한 관념[이은화의 미술시간]〈269〉
이은화 미술평론가 2023. 6. 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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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극장가는 흑인 인어공주 등장에 논란이 뜨겁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인어공주 동화를 쓴 건 1837년, 원작에는 인종이 특정되지 않았다.
영화 '인어공주'는 주인공의 피부색 때문에 논란이지만, 약 10년 전 안데르센의 고향 덴마크에서는 인어공주가 남자로 등장해 화제가 됐었다.
이들은 고착화된 관념에 도전하는 작업을 꾸준히 선보여 왔는데, '그(골드)'는 코펜하겐의 상징인 인어공주 동상을 남자 버전으로 재해석해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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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극장가는 흑인 인어공주 등장에 논란이 뜨겁다. 빨간 머리의 아름다운 백인 공주. 우리에게 각인된 모습은 사실 디즈니가 원작을 재해석해 만든 1989년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인어공주 동화를 쓴 건 1837년, 원작에는 인종이 특정되지 않았다.
영화 ‘인어공주’는 주인공의 피부색 때문에 논란이지만, 약 10년 전 안데르센의 고향 덴마크에서는 인어공주가 남자로 등장해 화제가 됐었다. 아티스트 듀오 엘름그린과 드라그세트의 작품 ‘그(골드)’(2012년·사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덴마크 출신의 미카엘 엘름그린과 노르웨이 출신의 잉가르 드라그세트는 1995년부터 함께 작업해 오고 있다. 이들은 고착화된 관념에 도전하는 작업을 꾸준히 선보여 왔는데, ‘그(골드)’는 코펜하겐의 상징인 인어공주 동상을 남자 버전으로 재해석해 만든 것이다. 에드바르 에릭센이 1913년에 만든 인어공주상은 세계적인 관광 명소이지만, 80㎝ 높이의 작은 동상이라 막상 보면 실망스럽다는 평이 많다. 엘름그린과 드라그세트는 인어공주상과 똑같은 포즈를 취한 남자 인어상을 2m 높이로 크게 확대해 만든 뒤, 화려한 황금색을 입혔다. 물고기 지느러미 대신 두 다리가 생긴 걸 보니, 왕자와의 사랑에 성공했나 보다. 그 대신 목소리를 잃어서인지 표정은 슬퍼 보인다. 두 다리를 얌전히 모으고 바위 위에 앉은 벌거벗은 남자는 전통적인 남성성 표현에 완전히 배치된다. 남자 인어는 사색에 빠진 듯 고요하고, 나약하면서도 취약해 보이고 또한 불편해 보인다. 전통 미술에서 나체의 남자는 건장한 몸매를 자랑하며 영웅적인 자세를 취하기 마련인데 말이다.
이탈리아의 항구도시 모노폴리에 세워진 인어공주 조각상도 최근 논쟁에 휩싸였다. 이번에는 공주의 과하게 풍만한 몸매가 문제였다. 시대가 변했다. 사람들의 취향도 변했다. 그런데 디즈니가 심어준 빼빼 마른 아름다운 백인 공주에 대한 관념은 여전히 바뀌기 어려운가 보다.
영화 ‘인어공주’는 주인공의 피부색 때문에 논란이지만, 약 10년 전 안데르센의 고향 덴마크에서는 인어공주가 남자로 등장해 화제가 됐었다. 아티스트 듀오 엘름그린과 드라그세트의 작품 ‘그(골드)’(2012년·사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덴마크 출신의 미카엘 엘름그린과 노르웨이 출신의 잉가르 드라그세트는 1995년부터 함께 작업해 오고 있다. 이들은 고착화된 관념에 도전하는 작업을 꾸준히 선보여 왔는데, ‘그(골드)’는 코펜하겐의 상징인 인어공주 동상을 남자 버전으로 재해석해 만든 것이다. 에드바르 에릭센이 1913년에 만든 인어공주상은 세계적인 관광 명소이지만, 80㎝ 높이의 작은 동상이라 막상 보면 실망스럽다는 평이 많다. 엘름그린과 드라그세트는 인어공주상과 똑같은 포즈를 취한 남자 인어상을 2m 높이로 크게 확대해 만든 뒤, 화려한 황금색을 입혔다. 물고기 지느러미 대신 두 다리가 생긴 걸 보니, 왕자와의 사랑에 성공했나 보다. 그 대신 목소리를 잃어서인지 표정은 슬퍼 보인다. 두 다리를 얌전히 모으고 바위 위에 앉은 벌거벗은 남자는 전통적인 남성성 표현에 완전히 배치된다. 남자 인어는 사색에 빠진 듯 고요하고, 나약하면서도 취약해 보이고 또한 불편해 보인다. 전통 미술에서 나체의 남자는 건장한 몸매를 자랑하며 영웅적인 자세를 취하기 마련인데 말이다.
이탈리아의 항구도시 모노폴리에 세워진 인어공주 조각상도 최근 논쟁에 휩싸였다. 이번에는 공주의 과하게 풍만한 몸매가 문제였다. 시대가 변했다. 사람들의 취향도 변했다. 그런데 디즈니가 심어준 빼빼 마른 아름다운 백인 공주에 대한 관념은 여전히 바뀌기 어려운가 보다.
이은화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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