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86] 쥐
‘시경(詩經)’에 쥐에 관한 대표적인 시 2개가 있다. 하나는 위풍(魏風)에 실린 석서(碩鼠)이다. 석서는 큰 쥐라는 말이다. 3장으로 되어 있는데 그중 하나를 보자.
“큰 쥐야, 큰 쥐야/내 기장을 먹지 말지어다/3년 동안 너를 알고 지냈지만/나를 즐겨 돌아보지 않으니/떠나서 장차 너를 버리고 저 낙토(樂土)로 가리라/낙토여 낙토여/이에 내 살 곳을 얻으리라.”
흔히 백성을 위하는 공심(公心)은 내팽개친 채 사욕을 채우기 위한 정치를 일삼는 위정자를 비판할 때 인용되곤 했다. 또 하나는 용풍(鄘風)에 실린 상서(相鼠)이다. ‘쥐를 잘 살펴보니’라는 뜻이다. 3장으로 되어 있는데 모두 음미해볼 만하다.
“쥐를 잘 살펴보니 가죽이 있는데/사람이라고 하면서 사람다운 언동이 없구나(人而無儀)/사람이라고 하면서 사람다운 언동이 없는데/죽지 않고 무얼 하는고!
쥐를 잘 살펴보니 이빨이 있는데/사람이라고 하면서 맺고 끊음이 없구나(人而無止)/사람이라고 하면서 맺고 끊음이 없는데/죽지 않고 무얼 기다리는고!
쥐를 잘 살펴보니 사지가 있는데/사람이라고 하면서 예가 없구나(人而無禮)/사람이라고 하면서 예가 없는데/어찌 빨리 뒈지지 않는고!”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을 비판할 때 즐겨 인용되는 구절이다. 동시에 무례한 인간을 멀리하는 선한 마음을 칭송할 때도 인용되곤 했다. 석서는 그냥 크게 해먹는 탐욕스러운 공직자를 빗댄 것이지만 상서는 온갖 위선과 요설로 자기를 꾸미는 자들을 향한다.
요즘 주변에 이런 인간들이 부지기수다. “(내) 딸 때문에 다른 사람이 (입시에서) 떨어진 적이 없다”고 억지를 써대는 조국 전 장관은 불여서(不如鼠), ‘쥐만도 못하다’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조국의 강’을 ‘남국의 바다’로 만들었다는 김남국 의원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조 전 장관은 애교 수준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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