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집시법 1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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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는 극우 성향 시위자들의 욕설과 확성기 소음으로 석달 넘게 몸살을 앓았다.
나아가 국회가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전직 대통령 사저 반경 100m 이내 집회 시위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 개정안을 상임위에서 통과시켰지만 헌법재판소의 잇단 제동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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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민노총이 1박2일 ‘노숙집회’를 벌이는 과정에서 서울 도심을 술판·노상방뇨 등 무법천지로 만들면서 ‘집시법 10조’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집시법 10조는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할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시간을 명시하지 않아 모호한 이 조항은 1962년 집시법 제정 이후 바뀌지 않았다. 헌법재판소가 2009년과 2014년 각각 헌법불합치,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기한 내 후속입법이 미뤄지면서 효력을 잃은 상태다. 민노총의 노숙집회는 야간 집회에 관한 법률 규정이 없는 법의 허점을 노린 것이다.
헌법 21조1항은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민주주의를 앞당긴 원동력인 것도 부인하지 않는다. 문제는 과유불급이다. 법 테두리에서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는 게 옳다. 집단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이해관계도 없는 기업 총수 집앞에서 확성기 시위를 벌이는 건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공해 없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환경권(헌법 35조)과도 배치된다.
국민의힘이 자정∼오전 6시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입법에 나서자 더불어민주당이 ‘집회허가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선진국의 바로미터는 자신의 주장 못지않게 남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집회시위 문화의 정착이다. 국회는 이런 사달을 초래한 책임을 통감하고 후속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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