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한 수 앞선 테크 정책이 필요하다

2023. 5. 31.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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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선점 中, 車수출국 1위
구글은 AI 기술 챗GPT에 밀려
변화 대응 못하면 강자도 퇴보
미래 미리 보고 선택·집중해야

“중국이 세계 자동차 수출 1위 국가가 되었다.” ‘설마! 진짜?’라고 되물을 수 있지만 사실이다. 올해 1분기 중국이 자국에서 생산해 수출한 자동차가 99.4만대로, 같은 기간 일본(95.4만대)을 앞질렀다. 지난해 중국이 독일을 제치고 세계 2위 자동차 수출국이 된 지 불과 1분기 만에 만든 성과이다. 중국이 자동차 수출 시장에서 일본과 독일을 능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내연기관에서 친환경 전기자동차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었고, 둘째로 중국은 전기차 중심으로 자동차산업을 육성해 왔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영원히 디지털 세상의 절대자가 될 것 같았던 구글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구글은 인공지능(AI), 검색 및 브라우저 시장에서 최고 강자이지만, 오픈AI와 MS 연합의 도전을 받는 상황이다. 우선 지금 AI 분야에서는 챗GPT가 독보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글이 챗GPT에 들어가는 트랜스포머를 만들었음에도 챗GPT가 더 많이 알려져 있고, 지난달 구글이 차세대 대규언어모델(LLM) ‘PaLM2’를 적용한 신형 챗봇 ‘바드’(Bard)를 발표했을 때 챗GPT와 우선 비교되는 것을 보면 구글의 위상이 예전과 같지 않은 것 같다.
신동형 알서포트 전략기획팀장 ‘변화 너머’ 저자
아울러 MS가 새로운 버전의 빙을 선보인 지난 2월 이후 한 달간 빙의 방문자 수가 15.8% 증가했지만, 구글 검색 방문자 수는 1% 가까이 감소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의 기본 검색 엔진을 구글에서 MS 빙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이와 연관이 있다. 또 MS 엣지 브라우저가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을 지난 3월 4.6%에서 5.0%로 증가시키는 동안 구글 크롬 브라우저는 같은 기간 64.8%에서 63.5%로 감소했다. 이러한 결과는 생성형 AI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환경적 변화와 함께 MS가 2018년부터 오픈AI와 함께 AI를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입지도 준비된 자에 의해 변화될 수 있음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있다. 사실 우리도 이런 경험이 있다. 모든 글로벌 기업들이 비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몰릴 때 우리는 메모리 반도체를 잘 준비하여 반도체 선진국으로 거듭났다. 전 세계 2세대 이동통신 시장이 GSM으로 통일되고 있을 때도 우리는 그다음을 생각하여 CDMA 기술을 피와 땀으로 상용화시켜 이동통신 영역의 선도국으로 올라섰다.

테크 산업은 지금껏 그랬듯 많은 변화가 예상되며 그 속에 반드시 새로운 기회가 있다. 난공불락 같은 선도 국가와 기업들도 변화에 잘 대응하지 못해 무너지는 것을 몸소 경험했고, 지금도 목격하고 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아니 그보다 더 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이 진정한 테크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지금이 아닌 한 수 앞을 보고 투자하고 대응해야 한다. 마치 중국이 전기차에 집중한 것처럼, 우리가 CDMA를 선택하고 몰두했던 것처럼 한 수 앞을 봐야 더 나아갈 수 있다.

한 수 앞을 봐야 패권을 가진 국가와 기업을 뛰어넘을 수 있다. 이미 안착한 패러다임 또는 환경 속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2등을 벗어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아무리 구글이 AI 기술을 먼저 개발하고 새로운 것을 발표해도 챗GPT와 비교되는 이유다.

한 수 앞을 보더라도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완전히 새로운 것에 투자하고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지켜야 할 기반이 없을 때 더 쉬운 선택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은 예전 같지 않다. 이미 일부 영역에서 대한민국은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기에 지켜야 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지키고 보호하다 보면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미 많은 것을 가졌지만, 어쩌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얽매이지 않는 상태로 순수하게 한 수 앞을 예측해 실행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신동형 알서포트 전략기획팀장 ‘변화 너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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