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산문집 펴낸 싱어송라이터 이적 “독자의 상상력 불붙일 부싯돌 같은 책 됐으면”

이진주 기자 2023. 5. 31.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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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등 소재 SNS에서 먼저 연재
“난 밀도 있게 짧은 글 쓰는 사람
나머지 부분은 독자가 채워가길”
첫 산문집 <이적의 단어들>을 출간한 이적씨는 “그때그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나 평소 생각하는 것들에서 파생된 생각을 압축해서 한 문장으로 밀도 있게 썼다”고 말했다. 서성일 선임기자

‘달팽이’ ‘거위의 꿈’ ‘걱정 말아요 그대’ 등 세상을 향한 질문과 위로가 담겨있는 노랫말로 사랑받아온 싱어송라이터 이적씨(49)가 첫 산문집 <이적의 단어들>을 펴냈다. 그는 2005년 픽션집 <지문 사냥꾼>을 발표한 이후 그림책 <어느 날> <기다릴게 기다려줘> <당연한 것들> 등을 펴내며 작가로도 주목받은 바 있다.

이씨는 31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신간에 대해 “독자들의 상상력에 불을 붙이는 부싯돌 같은 책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책 <이적의 단어들>은 인생·지혜·이석증·시간·거위 등 단어 101개를 제목으로 한 글 101편을 엮은 책이다. 산문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에세이부터 가상의 화자가 등장하는 픽션, 시나 노랫말같이 운율감이 느껴지는 운문 등 장르를 넘나든다. 짧게는 1~2문장에서 길어도 책의 한 면을 넘지 않는다.

“그때그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나 평소 생각하는 것들에서 파생된 생각을 글로 엮었어요. 쓰다 보니 저는 긴 글보다는 짧은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 덜어내고 압축해서 한 문장을 밀도 있게 썼죠. 나머지 부분은 독자들이 읽으면서 채울 수 있도록 말입니다.”

책에 들어간 글들은 출판사와 책을 기획한 무렵인 2020년부터 이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연재됐다.

그는 “마감 때까지 혼자 글을 쓰면 게을러서 미뤄질 것 같았다”며 “글을 쓰는 동기부여가 필요했고 관종기가 있어 대중들의 반응도 살피고 싶었다”고 말했다.

SNS를 통해 먼저 소개된 글 101편 중 하나인 ‘눈사람’은 젊은 여성들에게 많은 공감을 받았다.

“제 글은 픽션이지만 당시 길가에 있는 눈사람을 파괴하는 사람들에 대한 뉴스가 있었어요. 많은 여성이 약간의 폭력성이 있는 남성을 대할 때 느끼는 미묘한 공포심 등 일상의 불편한 마음을 (제 글이) 건드린 것 같아요.”

“싫은 사람과 같이 일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정의한 ‘성공’이라는 글에는 공감을 의미하는 ‘좋아요’가 2만5000여개 달리기도 했다. 이외에도 딸들과의 일화가 담긴 ‘상처’ ‘두려움’, 삶의 고민을 다룬 ‘나이’ ‘자유’, 김동률과 함께 만든 ‘거위의 꿈’ 탄생기와 음악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담은 글도 실려 있다.

최근 창작영역까지 발을 넓힌 챗GPT·바드 등 생성형 AI 이슈에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인간이 하는 창작 작업은 천재적인 영감뿐 아니라 일상의 다양한 영향을 받아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사람이)기계보다 못하는 것은 단점이 아닌 ‘인간적’이라는 의미지만 AI가 음악을 더 잘 만들면 이제 다른 것을 해야 한다”고 웃으며 답했다.

그는 지난 2월 가수 데뷔 1만일을 맞았다. 기회가 된다면 음악에 대한 글을 출간하거나 직접 쓴 이야기와 음악으로 꾸린 음악극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는 “독자들이 제 책을 침대 머리맡에 두고 일상에서 뭔가 막혔다고 생각될 때 부담 없이 아무 페이지나 펼쳐볼 수 있는 그런 책이 됐으면 좋겠어요. 자양강장제나 비타민처럼 머릿속 상상력의 시동을 걸어주는 거죠.”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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