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팔리는 반도체·화학제품 제조업 재고율 ‘역대 최고’
반도체 출하 20%↓…투자만 상승
반도체, 화학제품 등의 수출감소로 제조업 출하가 줄면서 지난달 재고율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투자가 소폭 증가해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줄어드는 ‘트리플 감소’는 면했다. 하지만 회복세를 보이던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주저앉으며 경기회복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모습이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4월 전산업 생산 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09.8로 한 달 전보다 1.4%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2월(-1.5%) 이후 14개월 만의 최대 감소 폭으로 지난 2월(1.0%)과 3월(1.2%)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던 생산활동이 다시 꺾였다.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1.2% 줄었는데, 이 중 제조업 생산도 1.2% 감소하면서 전반적으로 생산이 위축됐다. 3월 35.1% 깜짝 증가세를 보였던 반도체 생산은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계장비와 의약품이 각각 6.9%, 8.0% 감소했다.
생산을 해도 팔리지 않다보니 재고가 많이 쌓였다. 반도체와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제조업 출하가 줄면서 재고율은 3월 117.2%에서 4월 130.4%로 13.2%포인트 상승했다. 재고율은 재고지수를 출하지수로 나눈 값으로, 밖으로 나간 물건보다 쌓인 물건이 더 많을 때 100%를 넘는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반도체 부문에서 출하가 20.3% 감소하고 재고는 31.5% 급증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 운수·창고를 중심으로 0.3% 줄었다. 특히 공공행정 생산이 12.4% 급감하며 생산 감소세를 이끌었는데, 이는 정부의 코로나19 치료제 구입 중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한 달 전보다 2.3% 감소했다. 지난 2월(5.1%) 깜짝 강세를 보였던 소매 판매 증가세가 지난달(0.1%) 둔화했다가 감소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품목별로 보면 2월 의류 구입이 많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로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가 6.3% 줄었다. 음식료품·화장품 등 비내구재(-1.2%), 통신기기 및 컴퓨터·승용차 등 내구재(-1.7%)에서도 판매가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항공기 등 운송장비 투자 증가로 3월보다 0.9% 늘면서 ‘트리플 감소’를 면했다. 건설기성(불변)은 토목(-2.4%)에서 공사 실적이 줄었으나, 건축(2.4%)에서 실적이 늘면서 전월보다 1.2%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수출감소가 예상보다 길어진다며 정부가 전망한 ‘상저하고’는 사실상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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