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엔진음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 슈퍼카…’맥라렌 GT’
[IT동아 김동진 기자] ‘엔진음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한 차’. ‘맥라렌(McLaren) GT’를 한마디로 형용하자면 이렇다. 시동을 거는 순간 느껴지는 강렬한 사운드를 경험하면, 전기차 제조사들이 가상의 엔진음과 배기음을 만들어 운전의 재미를 더하는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날렵한 몸집과 낮은 차체, 강력한 성능을 지닌 슈퍼카지만, 일상에서 매일 타도 부담 없는 데일리카로 설계했다는 ‘맥라렌 GT’를 110여km 시승하며 장단점을 살펴봤다.
레이싱 트랙에서 탄생한 영국 슈퍼카 브랜드 ‘맥라렌’
맥라렌은1963년 레이서 ‘브루스 맥라렌’이 자신의 이름을 건 레이싱 팀을 창단하며, 역사를 시작한 영국 슈퍼카 브랜드다. 레이싱 트랙에서 태어난 맥라렌은 괴물 같은 성능을 지닌 슈퍼카를 연이어 선보이며 이름을 알렸다.
시승한 맥라렌 ‘GT’는 영어로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 이탈리아어로 그란투리스모(Gran Turismo)의 약자로, 장거리 운행을 목적으로 설계된 고성능 자동차라는 뜻이다.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슈퍼카에서는 보기 드물게 적재 공간까지 제공한다.
맥라렌 GT의 적재 공간은 전면부(150리터)와 후면부(420리터)를 합쳐 총 570리터로 스키와 부츠, 골프백 등을 실을 수 있는 용량이다. 차량 뒷문 아래 추가로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맥라렌의 설계 기술이 숨어 있다.
맥라렌 관계자는 “차체 후면의 상부구조를 통합하는 모노셀(MonoCell) 설계 방식을 적용한 결과, 수직 방향의 지지구조 없이도 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 테일게이트 아래 적재 공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다”며 “후면 엔진룸 위에 수납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기술은 나사(NASA)와 공동 개발한 소재인 슈퍼 패브릭이다. 이 소재는 엔진룸의 뜨거운 열기를 극복하도록 도와 그 위 수납공간에 짐을 넣어도 마모와 오염 등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늘을 향해 열리는 다이히드럴 도어(Dihedral door) 역시 맥라렌을 나타내는 또 하나의 상징이다. 외관 디자인 어디에도 각진 투박함은 없었다. 낮은 차체와 날카로운 듯 매끈한 유선형의 디자인이 헤드램프와 보닛, 측면부를 휘감고 있다. 맥라렌 GT의 전장(자동차 길이)은 4,683㎜, 전폭(자동차 폭)은 2,095㎜, 전고(자동차 높이)는 1,213㎜, 축거(자동차 앞바퀴 중심에서 뒷바퀴 중심까지 거리)는 2,675㎜다.
빠르고 가볍다는 인상을 주는 맥라렌 GT의 실제 공차중량 또한 인상적이다.
맥라렌 GT의 공차중량은 1,530kg, 건조중량(소모품 등을 제외한 순수한 기계적 중량)은 1,466kg이다. 맥라렌 관계자는 “강도를 높이면서도 가벼운 무게를 얻기 위해 카본 파이버 소재를 적용한 결과, 경쟁 모델 대비 약 130kg 이상 가벼운 건조중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맥라렌은 운전자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하기 위해 총 14개의 맥라렌 GT 외관 컬러 옵션뿐만 아니라 리어 범퍼와 리어 디퓨저, 도어 미러 색상과 소재를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MSO(McLaren Special Operations)옵션팩을 마련했다.
화려한 외관과 달리 실내는 심플했다. 12.3인치 TFT 스크린으로 차량과 주행 정보를 접할 수 있으며, 컨트롤러를 통해 오디오와 온도 조절 등의 편의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특히 1,200와트 출력의 바워스 & 윌킨스(Bowers & Wilkins) 오디오 시스템을 적용,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다만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 연동이 불편한 점은 주행 시 느껴지는 분명한 단점이었다.
빼어난 성능의 배경…최신 전자 제어 기술
서울 양천구와 경기도 시흥시를 오고 가는 110여km 거리를 주행 코스로 설정했다. 주행을 시작하기 위해 시동을 걸자, 무려 620마력, 64.2kg.m의 성능을 지닌 4.0리터 V8 트윈 터보 엔진에서 거친 엔진음이 뿜어져 나왔다.
맥라렌 GT의 파워트레인에는 7단 듀얼 클러치 SSG 자동 변속기가 맞물려 있다. 이 차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2초 만에 도달할 수 있으며, 시속 200km까지는 9초, 최고 속도는 시속 326km에 달한다. 실제로 가속 페달을 밟는 즉시, 엔진음과 함께 차체를 밀어내는 가속력은 일품이었다.
맥라렌 GT를 시승한 날 비가 내려 웅덩이가 생기는 등 도로 사정이 좋지 못했지만, 이 차의 성능을 느끼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거친 길에서도 노면 스트레스를 많이 느낄 수 없었던 이유는 맥라렌의 최신 전자 제어 기술 덕분이다.
맥라렌 GT에는 최신 프로액티브 댐핑 서스펜션 시스템(Proactive Damping Control System)이 적용돼 있다.
프로액티브 댐핑 서스펜션 시스템은 차체에 부착한 센서가 서스펜션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읽는 즉시 댐퍼를 컨트롤하면서 자동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각각의 서스펜션이 주행 상황에 맞춰 독립적으로, 때로는 상호 유기적으로 작동하며 차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덕분에 거친 노면에서도 안정적인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
주행 시 주변 상황과 도로 상황 변화를 감지하고 예측해 서스펜션 강도를 조절하는 차체 제어 소프트웨어, 옵티멀 컨트롤 씨어리(Optimal Control Theory) 역시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다.
컴포트와 스포츠, 트랙 총 3가지 주행 모드를 바꿀 때마다 핸들링과 파워트레인, 기어시프트, 서스펜션 세팅이 달라지는 점도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맥라렌 GT는 데일리카를 표방하고 있지만,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여전히 괴물 같은 성능에 더 눈길이 가는 차였다. 이 차의 가격은 2억8200만원(옵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음)이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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