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사업구조 위장 등 ‘역외 탈세’ 52명 세무조사 착수
사업가 A씨는 자녀가 소유하는 페이퍼컴퍼니를 수출거래 과정에 끼워넣어 국내 법인의 수출물량과 이익을 빼돌리거나 유용했다.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를 끼워넣기 전인 2018년 A씨가 사주인 법인의 수출대금은 100% 해당 법인으로 들어왔지만, 자녀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인 2021년 수출대금은 한 푼도 법인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페이퍼컴퍼니가 사업을 한 것처럼 속여 수출대금을 빼돌리면서 국내에서 실제 사업을 수행한 법인의 수출물량이 급감한 것이다. A씨 일가는 이렇게 수출물량을 빼돌리면서 축적한 페이퍼컴퍼니 자금을 이용해 해외에 총 27채의 주택을 매입, 임대소득을 올렸다.
다국적기업 B사는 국내 고객에게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필수적 사업장인 영업·판매, 홍보·마케팅, 연구·개발(R&D) 기능을 국내 자회사들에 분산했다. 자회사들이 B사의 본질적인 사업을 수행하는 만큼 국내 사업장을 등록하고 수익을 신고해야 하지만 B사는 단순 서비스제공자로 위장하면서 세금 신고를 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B사가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도 세금 납부 없이 소득을 국외로 가져가고 국내 자회사는 비용 보전 수준의 이익만 국내에 신고·납부한 것으로 보고 B사가 국내에서 올린 수익 중 국내 사업장 수익에 과세키로 했다.
국세청은 A씨나 다국적기업 B사처럼 부당한 국제금융거래, 사업구조 위장 등으로 경제적 자원을 유출한 52명에 대해 전국 동시 역외탈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들의 총 역외탈세 규모는 최대 2조원가량으로 추정되는데, 조사 대상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100대 기업에 속한 업체 4곳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조사 대상자는 사주 일가가 지배하는 법인에 수출물량을 넘겨주거나 현지 법인에 저가로 수출하면서 국내 법인 소득을 국외로 유출한 수출업자 등 19명, 국내 투자수익을 사주의 페이퍼컴퍼니로 빼돌린 사모펀드 운용사와 자산가 등 12명, 사업구조를 위장해 국내 소득을 유출한 다국적기업 등 21명이다.
이번 조사에는 투자수익을 해외로 빼돌리거나 해외 투자로 세 부담 없이 자녀에게 편법증여한 경우도 대거 포함됐다.
사업가 C씨는 투자회사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얻은 자금을 자녀에게 편법증여하기 위해 일명 ‘강남부자보험’으로 알려진 외국 보험회사의 유배당 상품을 자녀 명의로 가입한 후 보험료 20여억원을 대납했다. 해당 보험은 연 6~7%의 배당수익이 발생하고 있으나 C씨 가족은 이를 국외에 은닉한 뒤 국내 소득 신고를 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D사는 국외 관계사 E사를 해외배급사로 선정하고 소프트웨어 배급권한을 부여했다. E사는 사업 노하우를 갖고 있지 않지만 D사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E사의 노하우를 사용했다는 명목으로 E사에서 받은 사용료 일부를 환급하며 E사를 부당지원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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