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도 안 돼 “실패” 인정…재발사 위한 ‘조기 수습’[북 정찰위성 발사 실패]
북한이 31일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탑재한 로켓 발사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즉각 인정했다. 로켓 발사 직후 그것도 실패한 상황에서 곧바로 입장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국제사회 이목이 쏠린 상황에서 설명이 없을 때 제기될 각종 논란에 선을 긋고, 발사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재발사를 위한 사태 ‘조기 수습’ 차원이란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9시5분쯤 ‘군사정찰위성 발사 시 사고 발생’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발표했다. 오전 6시27분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한 지 약 2시간30분 만이다. 통신은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신형 위성 운반 로켓 ‘천리마-1형’이 “1단계 분리 후 2단계 발동기의 시동 비정상으로 하여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조선 서해에 추락하였다”며 “신형 발동기 체계의 믿음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 데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과학자, 기술자,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원인 해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발사 실패 내용을 신속히 구체적으로 보도한 것은 이례적이다. 통상 북한은 각종 미사일과 위성 발사 소식을 다음날 조선중앙통신 같은 공식 매체를 통해 밝혀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미가 정찰자산으로 발사 실패 사실을 포착했고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비공개할 경우 불거질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군사정찰위성을 둘러싼 의구심을 해소하고 신뢰성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했다.
실패 원인과 문제 해결 의지를 드러내며 군사정찰위성 발사 과정을 안정적으로 통제할 역량을 과시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주변국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다며 발사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위성 발사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줌으로써 발사 행위 정당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보고했다. 군사정찰위성 재발사를 위한 수습 작업이라는 시각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통화에서 “실패를 빨리 인정하고 상황을 조기 수습하는 게 재발사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추가 발사가 시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달 상순 개최를 예고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발사 성과를 과시하고자 그 이전에 재발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추가 발사까지 실패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기술적 보강에 신중을 기하고자 다소 길게 미룰 가능성도 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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