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경찰 '양회동 분향소' 설치 두고 충돌…조합원 4명 체포(종합)
서울 도심 곳곳 하루종일 집회 이어져…"尹정부 노조 탄압 중단"
(서울=뉴스1) 조현기 유민주 김규빈 이비슬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 고(故) 양회동씨의 분향소 설치를 두고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경찰이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4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연행됐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31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건설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경찰 수사를 받다 분신해 숨진 양씨의 추모 분향소를 기습적으로 설치했다.
◇ 경찰 vs 민주노총 충돌…4명 체포·4명 부상, 캡사이신 분사 경고도
경찰은 민주노총 측에 분향소를 설치하지 말라고 경고했고, 분향소 쪽으로 나아갔다. 민주노총은 자리를 지키면서 오후 6시54분쯤부터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했다.
약 10분 뒤인 오후 7시4분쯤 천막으로 설치한 분향소가 무너져 내렸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4명이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다른 조합원 4명은 부상을 입었고 그 중 1명은 팔에 골절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갔다.
상황이 격해지자 남대문서 경비과장은 현장에서 캡사이신을 분사하겠다고 경고 방송까지 했다. 다행히 실제 분사로 이어지진 않았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 앞서 캡사이신 장비 3800대가량을 준비했다.
20여 분 간 이어지던 물리적 충돌은 오후 7시14분쯤 양회동씨 추모 문화제가 시작되면서 잠잠해졌다. 문화제 내내 조합원들은 '원희룡·윤희근 규탄', '건설노조 TF해체' 등을 외치면서 경찰과 정부를 비판했다.
또 건설노조는 이날 긴급 공지를 통해 "경찰이 폭력으로 평화로운 문화제와 분향소 설치를 억압했다"면서 "경찰은 추모 행동을 폭력으로 짓뭉개지 말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오후 8시21분쯤 추모제를 마친 건설노조는 당초 계획된 경찰청으로 행진은 진행하지 않았다. 다만 건설노조는 평일 매일 오후 7시, 토요일 오후 6시30분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계속 양회동 추모문화제를 이어나갈 계획을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양회동씨 분향소를) 불법적으로 설치한 사안과 관련해 관할구청의 행정응원 요청에 따라 천막 설치를 차단했다"면서 "앞으로도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리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 하루종일 이어진 민주노총 집회…"尹정부 노조 탄압 중단하라"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시내 곳곳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을 규탄하고 노조법 개정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 등은 앞서 "노조법 2·3조 개정을 알리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면서 국회부터 서울대병원 장례식장까지 자전거를 타고 도심 행진을 진행했다.
오후에도 계속 집회가 이어졌다. 금속노조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7개 지부 조합원과 수도권 기업지부 조합원 3000여명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사전집회를 개최했다.
뒤이어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4시 대한문 앞 등에서 전국동시다발총력투쟁대회를 열고 △양회동씨 유족에 사과 △노조법 2·3조 개정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 중단 등을 요구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압수수색, 소환조사, 영장청구가 노동조합의 일상이 된 참담한 상황"이라면서 "민주노총이 싫다 해도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를 박탈해서는 안된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집회 신고 시각인 오후 5시가 지나자 경찰이 해산 명령을 내리면서 잠시 긴장감이 올라가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쓰레기를 줍고 평화롭게 종료하겠다"고 경찰에 계속 밝히면서 물리적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오후 집회로 인해 시청과 광화문 일대 교통 상황이 큰 혼잡을 빚었다. 특히 이날 퇴근길에는 덕수궁 대한문부터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까지는 차량 속도가 시속 4㎞를 넘지 못해 사실상 멈춰있었다.
민주노총의 집회가 끝난 오후 9시 기준 시청과 광화문 일대 교통 상황은 원활하다. 서울시 교통정보센터(TOPIS)에 따르면 덕수궁과 시청역 일대는 시속 30㎞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이날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대한문 앞에서 열린 집회와 추모문화제를 잠시 찾기도 했다. 추모문화제에선 조합원들의 야유에 금새 자리를 떠났다. 김 위원장은 이곳을 지나간 계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나가다가 들르게 됐다"고 말했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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