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이 비상근 선관위원장 맡는 관행 깨야”…“정치적 편향성 우려 불식할 장치 필요”

정대연·문광호 기자 2023. 5. 3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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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쇄신책 봇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전·현직 간부·직원 자녀 특혜채용 의혹과 국가정보원 보안 점검 거부를 계기로 국민의힘이 대법원장이 지명한 대법관이 비상근으로 선관위원장을 맡는 관행을 깨야 한다고 나섰다. 노태악 위원장을 비롯한 현 선관위원 9명이 모두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학자들은 전문가, 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후보자추천위원회 신설 등을 통해 선관위 편향성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면서도 편향성과 행정 투명성 문제를 구분해 접근해야 선관위 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 위원장이 선관위 개혁 방안을 발표한 31일 국민의힘은 국회 국정감사 카드를 꺼내며 선관위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구라는 이유로 외부의 감시·견제를 거부하면서 조직이 곯을 대로 곯았다며 외부인사의 사무 총장·차장 임명, 헌법대로 위원장 호선 및 상근직화 등을 제시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대법관이 아르바이트식으로 선관위원장을 겸직하면서 책임과 권한이 미스매칭(불일치)됐다”며 “또한 사무총장을 반드시 외부에서 데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선관위 외부 출신 사무총장은 1988년 사임한 한원도 전 사무총장이 마지막이다.

선관위원은 헌법에 따라 대통령·국회·대법원장이 3명씩 임명·선출한다. 이들 중 선관위원장을 호선하도록 돼 있는데, 선관위가 헌법기관으로 창설된 1963년부터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맡아왔다. 관행이다. 17개 시·도 선관위 위원장도 각 지방법원장이 맡고 있다. 1960년 3·15 부정선거 등을 겪으면서 선거 관리의 정치적 편향성 시비를 피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고, 정부·정당 추천 인사보다 사법부가 공정할 거라고 기대된 탓이다.

선관위 창설 60년이 지난 현재 반드시 법관에게 선관위원장을 맡길 필요성은 줄었다고 학자들은 지적한다. 다만 편향성 논란을 피하려면 선관위원·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검증·합의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민단체나 각계 전문가 등이 포함된 후보자추천위가 가동돼 여기서 검증된 인사가 올라와야 한다”고 했다. 현행 헌법 규정으로는 선관위 편향성 시비를 피하기 어려워 개헌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관위원 임명·선출 과정에서 대통령과 대법원장은 빠지고, 국회에서 (여야) 합의에 의해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는 경우에만 추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 당이) ‘적극 추천한다’가 아니라 (양당 모두) ‘반대하지 않는다’(는 개념)”라고 말했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감사 제도를 구축해야 사건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관위가 독립성 침해 우려가 있어 같은 헌법기관이자 대통령이 장을 임명하는 감사원으로부터 감사를 받을 수 없다면 외부 견제를 받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안이 선관위 불투명성과 관련한 문제인데도 정부·여당이 정치적 편향성 문제와 뒤섞어 선관위를 유리하게 재편하려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정부·여당은 이번 기회에 다소 편향된 인사들로 구성된 선관위를 정리해보자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근본적으로는 방대해진 선관위 조직을 축소해야 복마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민주화 수준을 감안할 때 선거 관련 일상적인 사무는 행정기관(정부 부처·지방자치단체)에서 하면 된다”고 밝혔다.

정대연·문광호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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