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위원·블라인드 심사…‘일자리 세습’ 선관위의 안이한 혁신

서영지 기자 2023. 5. 3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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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현직 간부의 '자녀 특혜채용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끝에 31일 내놓은 '인사제도 개선 및 조직 혁신' 방안은 주로 문제가 된 경력채용 제도를 손질하고 조직 투명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이 31일 발표한 재발방지 대책을 보면, 경력채용은 그동안 이뤄진 알음알음 채용이 아닌 '공채'를 원칙으로 하고, 경력채용을 할 경우 선거, 해킹 등 전문인력 채용으로 제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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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와 후속 대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현직 간부의 ‘자녀 특혜채용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끝에 31일 내놓은 ‘인사제도 개선 및 조직 혁신’ 방안은 주로 문제가 된 경력채용 제도를 손질하고 조직 투명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이번 조처들로 최근 드러난 선관위의 ‘끼리끼리 문화’를 깰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이 31일 발표한 재발방지 대책을 보면, 경력채용은 그동안 이뤄진 알음알음 채용이 아닌 ‘공채’를 원칙으로 하고, 경력채용을 할 경우 선거, 해킹 등 전문인력 채용으로 제한한다. 특혜채용 경로로 꼽힌 ‘비다수인 대상 경력채용’도 폐지한다. 이 제도는 공고 없이 해당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추천 등을 받아 채용하는 제도다. 이날 송봉섭 사무차장이 면직됐는데, 그의 딸이 이 제도로 충북 단양 선관위에 경력채용됐다.

경력채용 면접도 지원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하지 않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하고, 심사위원도 현재는 외부인 50%이지만 앞으로는 100% 외부인을 위촉하기로 했다. ‘아빠 찬스’가 통할 경로를 좁히겠다는 것이다. 김정규 경남 선관위 총무과장의 딸이 경력채용 면접심사표에 학력과 주소 등 인적사항을 적은 바 있다.

노 선관위원장은 또 사무처 수장인 사무총장직에 외부 인사 기용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선관위 내부에서 외부 인사의 정무직 임명을 대비해 정무직 인사검증위원회를 신설하는 한편, 내부 비리를 상시 감시·견제하는 외부 인사 중심의 감사위원회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안은 외부 인사를 기용해 감시·개혁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취지이지만, 조직 내부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으면 보여주기식 감사에만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이날 <문화방송>(MBC) 인터뷰에서 “(외부 출신 인사에게) 정확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내부자보다 더 투명하게 감독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선관위가 60년 동안 헌법상 독립기구로서 ‘감시 사각지대’로 있으면서 조직 내 자정 기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는 곧 선관위가 창설 이래 최대 위기를 자체적인 쇄신으로 돌파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기도 하다. 5월 초 제기된 북한의 해킹 공격 논란 때도 선관위는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행정안전부·국가정보원의 보안 컨설팅 제안을 회피했다. 이후 여당 등의 비판에 선관위는 국정원·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합동 점검을 받기로 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선관위가 자녀 특혜채용 의혹과 관련해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한 데 대해 “자정 능력을 상실한 선관위에 전수조사를 맡긴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선관위원장을 대법관이 맡아온 관례를 깨고 ‘상근’으로 바꿔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앙선관위원장이 대법관이다 보니 선관위원장이 ‘부업’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내부 일을 전혀 모르고,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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