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드러나는 '아빠찬스' 정황…선관위 외부감시 제도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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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1일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자체 특별감사 결과를 내놨다.
지난 17일부터 5급 이상 전·현직 선관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 결과 총 10건의 자녀 채용 사례가 일단 확인됐다.
실제로 수사 의뢰된 한 간부의 경우 외부기관 파견 중에 지방 선관위 인사담당 직원에게 전화해 자녀가 경력직에 응시한 사실을 알리며 인사 추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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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1일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자체 특별감사 결과를 내놨다. 지난 17일부터 5급 이상 전·현직 선관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 결과 총 10건의 자녀 채용 사례가 일단 확인됐다. 이 가운데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 등 현직 4명에 대해서는 "자녀 경력 채용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주었을 가능성이 배제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소지로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또 채용 과정에서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선관위 직원 4명은 징계위에 회부하기로 했다. 이번 감사 결과는 '아빠 찬스' 의혹이 제기된 사태 초기 선관위 측의 해명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지난 10일 첫 의혹 보도에 선관위 측은 서류심사와 면접에 외부 인사가 절반 이상이 포함되는 임용 절차의 공정성을 상세하게 소개하며 오보라고 일축했다. 그런가 하면 박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국회에 나와 "채용 전 과정을 외부 위원에게 점검·평가받도록 운영하고 있다"면서 "아빠찬스라서 법적 책임을 지라면 당연히 책임지겠다"고 했다. 자체 조사가 시작되기 하루 전의 발언이었다. 문제의 다른 간부들이나 선관위 측도 한목소리로 임용의 투명성 운운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수사당국은 한 점의 의문도 남지 않도록 선관위 내부 복마전의 진상을 파헤쳐야 할 것이다.
이번 감사 결과를 보면 선관위 내부의 자녀 채용이 폐쇄적 구조에서 기인한 고질적 병폐 아니냐는 의심을 들게 한다. 이번 의혹이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을 낳는 이유다. 실제로 수사 의뢰된 한 간부의 경우 외부기관 파견 중에 지방 선관위 인사담당 직원에게 전화해 자녀가 경력직에 응시한 사실을 알리며 인사 추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면접위원들도 이 간부와 이런저런 연고가 있었고, 그들 모두 만점을 줬다. 심지어 자녀 채용 과정에서 외부 공고도 생략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일반 대기업에서도 금기시되는 임직원의 자녀 채용이 헌법기관에서 아무렇지나 않게 횡행하고 있던 셈이다. 청렴의 상징이라고 자부하며 정치권에 칼날을 들이대는 선관위가 정작 안으론 곪은 내부 이권의 카르텔이었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특별감사위는 이번 사태의 원인이 그릇된 인사 관행에 있다고 보고 경력 채용은 선관위가 통합관리하고 외부 공고를 내지 않는 채용 계획은 즉시 폐지할 것을 선관위에 제안했다. 또 간부 자녀의 채용과 승진, 전보 과정에서 특혜 여부를 검증하는 절차를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선관위는 이를 수용하면서 앞으로 사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을 비롯해 주요 보직을 외부에 개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수준의 쇄신안으로 선관위 내부에 똬리를 튼 비리 소지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법적 지위와 권한으로 인해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다. 선거법 위반 여부 판단을 통해 정치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한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기 마련이다. 선관위의 독립적 지위는 철저히 보장하되 외부 견제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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