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서방 '주택 쇼핑'… 외국인 소유 2곳 중 1곳

연규욱 기자(Qyon@mk.co.kr) 2023. 5. 3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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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외국인 주택통계 첫 공개
지난해 주택 8만3500가구 보유
중국인 비중 54%로 압도적
부천·안산 등 경기지역 집중
땅은 미국인이 가장 많아
재미교포 자손에 상속 추정

국내에서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이 소유한 주택이 전국 4만5000여 가구로, 외국 국적 중 가장 많은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토지 면적은 여의도(2.9㎢)의 약 9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는 미국인 소유가 절반을 넘었는데, 예전에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들이 후손에게 넘겨준 땅이 주를 이룬다.

31일 국토교통부는 2022년 말 기준 외국인의 토지·주택 보유 통계를 공표했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토지 면적은 1년 전(2021년 말)에 비해 1.8%(460만㎡) 증가한 264㎢로 조사됐다. 전체 국토 면적의 0.26% 수준에 불과하지만 여의도 면적의 90배가 넘는다. 이들이 보유한 토지의 공시지가는 32조8867억원이다.

국적별로는 미국인이 가장 많은 국내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외국인 보유 토지의 절반 이상인 141㎢가 미국인 소유였다. 이는 서울 '강남 4구'를 합친 면적(약 145㎢)에 버금간다. 미국인은 해당 통계에서 늘 1위를 차지해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국 이민자들이 보유했던 임야에서 현지 국적을 취득한 자식들에게 상속된 땅이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인에 이어 중국인이 7.8%(20.7㎢), 유럽 국적이 7.2%(18.7㎢), 일본인이 6.3%(16.7㎢)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유 주체별로는 역시 외국 국적을 지닌 동포가 55.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뒤를 이어 합작법인 등 외국 법인(34.1%), 순수 외국인(9.9%), 정부·단체(0.2%) 순으로 국내 토지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동포는 임야·종지, 외국 법인은 공장용지 위주로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정부가 소유한 땅은 한국 주재 대사관 건물의 부속 토지가 주를 이룬다. 해당 통계에서 토지에는 건축물 부속 토지도 포함된다.

주택은 중국인이 압도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소유 주택은 총 8만3512가구인데, 이 중 절반 이상(4만4889가구)이 중국인 소유다. 이는 지난해 기준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전체 주택 수(4만6885가구)와 맞먹는 규모다. 미국인은 주택도 1만9923가구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캐나다(5810가구), 대만(3271가구), 호주(1740가구) 등 국적자들이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 부천(4202가구)과 안산 단원(2549가구)에 외국인 소유 주택이 가장 많았다. 경기도 일대 산업단지에 근무하는 한국계 중국인(조선족)이 보유한 주택이 해당 지역에 많이 분포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보유 주택의 가격은 이번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외국인이 소유한 국내 주택 수는 국내에 있는 모든 주택의 0.45%여서 집값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다. 소유자는 8만1626명으로, 이 중 대부분(7만6334명)이 1주택자이다. 다주택자는 5292명이며, 이 중 5주택 이상을 보유한 외국인도 442명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외국인 소유 주택 통계를 작성해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인 부동산 취득 규제'를 국정과제로 삼은 윤석열 정부 들어 외국인 부동산 투기 단속이 강화됐고, 이번 통계 작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진행됐다.

그간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매입은 주택시장을 교란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규제 강화로 내국인은 대출이나 거래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외국인은 자국 은행에서 대출·송금한 자금으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부동산을 구매할 수 있었다. 이에 일부 외국인들의 부동산 불법 투기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외국인 토지·주택 보유 통계와 거래 신고 정보를 연계해 이상 거래를 조사하는 등 엄격하게 외국인의 부동산 투기 거래를 관리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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