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뉴스레터 얼마면 구독하실래요?

서보미 2023. 5. 3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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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게티이미지뱅크

[편집국에서] 서보미 | 프로덕트서비스부장

4월 중순부터 새로운 구독을 시작했습니다. 결제 금액은 9000원, 8900원, 6900원, 4900원. 큰돈은 아니지만, 전엔 해본 적 없는 소비였습니다. 매달 돈을 내고 온라인에서 텍스트(글) 콘텐츠를 보는 서비스였거든요. 연달아 날아오는 결제안내 문자를 보는데 두가지 마음이 들더군요. “와, 재밌겠다.” “윽, 아까워.”

언제부턴가 궁금했습니다. 유료 텍스트 콘텐츠는 정말 돈 주고 볼 만할까? 내가 만드는 ‘공짜’ 데일리 뉴스레터 ‘H:730’, 위클리 뉴스레터 ‘휘클리’보다 얼마나 나을까? 뭘 구독할까 찾아보니 유료 콘텐츠 서비스 모델은 꽤 다양했습니다. 언론사, 미디어 스타트업, 개인도 돈을 받고 콘텐츠를 구독자 이메일로 보내주거나(뉴스레터), 구독자가 자신들 플랫폼을 방문해 콘텐츠를 보게 하고 있습니다. 고민 끝에 다양한 모델을 두루 섞어 네가지 서비스를 신청했습니다. ㄱ언론사의 스타트업 뉴스레터, ㄴ언론사의 프리미엄 콘텐츠, 트렌드 뉴스레터 ㄷ, 지식 콘텐츠 서비스 ㄹ.

‘내돈내산’ 콘텐츠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일단 제 태도가 변하더군요. 아침에 메일함을 열어 유료 뉴스레터를 먼저 클릭했습니다. 짬짬이 콘텐츠 플랫폼에도 접속했죠. 아무리 바빠도 주에 서너차례는 유료 콘텐츠들의 제목이라도 훑어봤습니다.

보름쯤 지나니 알겠더군요. 유료 구독 모델들이 ‘읽는 습관을 들이려면 돈을 써야 한다’는 마케팅을 내세우는 이유를요.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 억지로라도 글을 읽게 됐거든요. 덕분에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들락거리던 시간이 조금은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본전 생각이 문제였습니다. 계속 가성비를 따지게 되더군요. 월 5500원(광고형 스탠더드)을 내면 넷플릭스의 전세계 영상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데, 하루에 한두개 글을 보려고 월 9000원을 쓰는 게 합리적 소비일까? 유료 서비스가 제공하는 콘텐츠 정도는 온라인에서 스스로 찾아보면 되지 않을까? 유료 구독 서비스가 주는 편익과 제가 지불해야 할 비용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한달 뒤 두개 서비스는 ‘구독 해지’ 버튼을 눌렀습니다. 다른 두개 서비스는 자동 연장됐죠. 읽은 내용을 누군가에게 자꾸만 전하게 만드는 서비스는 돈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포장은 ‘힙’한데 내용은 별 도움이 안 되거나, 내용은 알찬데 포장이 성의 없는 콘텐츠는 더는 볼 마음이 들지 않더군요.

결정하고 나니 두가지 궁금증도 절로 풀렸습니다. 유료 텍스트 콘텐츠는 돈 주고 볼 만할까? 잘만 고르면 대가를 지불해서라도 좀 더 보고 싶단 콘텐츠는 분명히 있었습니다. 누군가 내 관심사를 잘 정리해 꼬박꼬박 떠먹여준다면, 그게 나날이 쌓이면, 한달에 커피 한두잔 값이 문제겠냐 싶더군요.

유료 구독 서비스는 공짜 뉴스레터 H:730이나 휘클리보다 훨씬 나을까요? 제 눈엔 그날, 그주의 뉴스를 전하는 뉴스레터 H:730과 휘클리가 훨씬 재미있고 유익하게 보이지만, 유료 콘텐츠도 강점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돈을 내는 충성 구독자를 겨냥한 서비스들이다 보니, 콘텐츠가 선명하고 세련됐죠.

눈치채셨겠지만 유료 구독을 시작한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있는 프로덕트서비스부에서 콘텐츠 유료화를 고민하고 있거든요. 아, 그렇다고 언론사가 생존하려면 신문이 아닌 새로운 구독 모델이 필요하단 이야길 하려는 건 아닙니다.

저는 <한겨레> 뉴스레터란 작은 브랜드가 판매하는 상품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평가를 받아보고 싶습니다. 우리 상품이 얼마짜리면 구독자들이 결제해줄까요? 그들이 선뜻 결제했다가 한달 만에 해지하진 않을까요? 처음부터 구독자들이 결제할 생각이 없다고 하면 어쩌죠? 상상만으로도 걱정되지만 그래도 그 일을 해보고 싶은 이유가 있습니다. 좋은 콘텐츠로 성과를 내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입니다. 낭만적인 생각이지만 믿는 구석이 있습니다. 마케팅·광고기획 전문가 이근상은 <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에서 “생각이 같은 소비자와 연결되면 그 관계는 보다 강력해지고 오래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거든요. 지금껏 <한겨레> 뉴스레터가 만든 콘텐츠가 볼만하다고 생각해온 구독자들이 새로운 콘텐츠도 한번쯤 눈여겨봐주지 않을까요?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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