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수 수원한일타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살기좋은 아파트...솔선수범"

장영준 기자 2023. 5. 3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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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수 수원한일타운 입주자대표 회장

 

대단위 공동주택인 아파트에는 동대표라는 직책이 있다. 아파트 1개동을 대표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그리고 이들 모두를 대표하는 회장이 있다.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의 회장은 아파트 전 세대를 대표해야 하기에 그 책임이 막중하다. 하지만 그에 걸맞은 보상은 회의 참석수당 또는 직책수당을 제외하면 거의 없어 사실상 '무보수 명예직'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회장을 하려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런 회장을 하겠다며 발 벗고 나선 사람이 있다. 제13기 수원한일타운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 회장 선거에 출마해 선출된 김은수(56) 회장. 한일타운은 무려 5천282가구가 살고있는 손꼽히는 대단지다. 이곳 한일타운이 들어선 이후 24년째 살고 있고, 스스로를 '수원토박이'라고 부르며 남다른 동네 사랑을 보여준 김 회장은 85%에 달하는 높은 찬성률을 기록하며 당선됐다. 특히 동네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 김 회장을 미소 짓게 했다.

"저는 그동안 다방면으로 봉사를 하고 있었어요. 고맙게도 수원시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조원2동 위원장, 한일초 운영위원장, 수일중·수성고 학부모회장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죠. 지금은 조원고 운영위원장, 조원동 마을신문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지난달에는 수원시학교운영협의회에 출마했는데 아쉽게 당선되진 못했어요. 그래도 한일타운 동대표 겸 감사로 일하면서 이번에 13기 회장으로 당선돼서 기분이 좋으면서도 어깨가 무겁습니다."

김은수 수원한일타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주민들과 만나며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왼쪽). 직접 만들어 배포한 회장 선거 명함(오른쪽). 본인 제공

5월 8일 입후보 접수를 마친 김 회장은 다음날인 9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이미 수원시의원 출신인 만큼 선거운동 역시 꽤나 익숙한 활동이었다. 그렇게 약 열흘간 가족의 도움을 받으며 주민센터, 노인정, 헬스장, 마트 등 동네 구석구석 발로 뛰면서 주민들을 만났다. 미리 만들어 놓은 명함도 모두 소진될 정도였다. 다행히 아파트 주민들도 그런 김 회장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줬다. "본인이세요?"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오는 주민들의 모습에 김 회장은 힘든 줄 모르고 선거운동을 뛰었다.

"확실히 (입대의 회장 선거는) 정치선거와 다르더라고요. 정치선거는 명함을 건네줘도 안 받고 휙 버리는 게 다반사거든요. 아침 일찍 나가서 열심히 인사를 해도 안 받아줘요. 그래서 예전에 선거운동할 때 가슴 아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심지어 상대당 후보가 제 명함을 던지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번 입대의 선거는 명함이 버려진 게 하나도 없었어요. 제가 '회장 후보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주민 여러분들도 '잘 압니다. 잘 해주세요'라고 웃으면서 말씀해주세요."

김은수 수원한일타운 입주자대표 회장. 홍기웅기자

■ 한일타운 최대 숙원은 '동인선 착공'

김 회장은 이번 선거에서 다양한 공약을 내걸었다. △투명한 관리를 통한 관리비 절감과 비리 근절 △각 동에 주민소통함을 신설해 주민민원 해결 △난방, 급수, 배관 정기적 안전점검 △주민안전을 위한 자율방범대 구성 △각 세대 난방배관 청소 △주차차단기 효율적 운용 등의 공약으로 주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특히 김 회장은 수원시의회 안전교통건설위원장이라는 과거의 경력을 기반으로 한일타운 주민들의 오랜 숙원인 '동인선 착공'을 위해 관련 기관들과 조율에 나설 계획이다.

"그동안 동인선이 생긴다는 얘기는 많았는데 아직도 진전이 없습니다. 시정에 참여하면서 국토부나 기재부에 상황도 전달하고 면담도 요청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오히려 동인선이 아닌 간선급행버스체계(BRT)가 논의 중이라는데 저는 반대합니다. 여기에만 생긴다고 가정하면 교통체증도 심각할 거고, 교통사고도 발생할 확률이 높아요. 그래서 저를 포함한 한일타운 주민들은 동인선 착공이 우선입니다. 저는 어차피 여기서 평생 살 거예요. 그러니 회장으로서 주민들의 오랜 숙원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방범대를 구성하겠다는 공약은 나름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운 상태다. 타 시·도나 기초단체에서는 이미 실행 중인 동대표들을 중심으로 저녁마다 조를 짜 운영할 예정이다. 30명 이상만 뽑혀도 운영이 가능하다고 김 회장은 보고 있다.

"제가 솔선수범해서 자율방범대를 구성할 거예요. 원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운영하겠지만, 아마 대부분 협조를 해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넓고 어두운 우리 아파트에 형광 조끼 입고 야광봉 들고 순찰 돌면 아무래도 좀 더 안전한 곳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잖아요. 처음 입대의 회장 출마를 결심하면서 생각한 건 모두에게 달라진 한일타운을 보여주자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먼저 운동화 신고, 팔 걷어 부치고 구석구석 누빌 생각입니다."

■ '화합'과 '소통'이 명품 아파트의 비결

김은수 회장의 당선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수원한일타운 곳곳에 걸려 있다. 본인 제공

이번 당선을 김 회장은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더 큰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전임 회장들이 그만둔 이유를 고민했다. 자신은 절대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각오와 함께. 스스로를 주민들의 대변인으로 생각하니 동대표와 싸울 일이 줄었다. 김 회장은 입대의가 원만하게 운영되고 자신의 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화합하고 자주 소통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그래야 분란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조건 내 생각과 다르다고 싸우지 않을 겁니다. 밥도 먹고 자주 얼굴도 보고 회의 끝나면 치킨에 맥주도 마시고 토론도 할 겁니다. 이런 식으로 여러 사람이 얘기하다 보면 통하게 돼 있습니다. 그동안에는 이런 화합과 소통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최선으로 해야 할 일은 동대표하고 주민들이 싸우지 않게 하는 겁니다. 이런 부분에서 오히려 제가 여성이라는 게 장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읍소할 수 있거든요. 이렇게 소통하면서 다 아우르겠습니다."

김 회장의 각오는 남다르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야근까지 각오하고 있다. 최근 한일타운에서는 펌프 노후화로 인한 단수 이슈가 있었다. 김 회장은 이런 일이 발생해도 서로 발 벗고 나서서 해결하려고 노력하면 된다는 굳은 신념을 갖고 있다. 충분히 노후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납득하게 만들어주면 된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그만큼 투명한 운영을 통해 입대의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를 높여 한일타운을 '명품 아파트'로 만들겠다는 게 그의 포부이자 목표다.

"저는 비록 단독 후보였지만 그냥 되기는 싫었어요. 상대 후보가 있던 없던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가족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었고, 회장이 될 수 있었습니다. 아마 (회장이) 힘들 거예요. 하지만 봉사하는 자리잖아요. 주민들을 위해서. 원래 봉사라는 게 힘든 일 마다하지 않는 거거든요. 이래서 봉사하는 분들은 DNA가 다르다고 하나 봅니다.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서 보람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이제 2년 임기의 시작입니다."

장영준 기자 jjuny5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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