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원 교체하면 ‘정치적 편향성 시비’ 벗어날까

정대연·조미덥·문광호 기자 2023. 5. 3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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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31일 경기도 과천 선관위에서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 특별 감사 결과와 채용 제도 개선 등 자체 개선안을 발표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전·현직 간부·직원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국가정보원 보안 점검 거부를 계기로 국민의힘이 대법원장이 지명한 대법관이 비상근으로 선관위원장을 맡던 관행을 깨야한다고 나섰다. 노태악 위원장을 비롯한 현 선관위원 9명이 모두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국민의힘이 내심 선관위 수뇌부 인적 구성을 유리하게 바꾸려는 의도를 보이자,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노린 선관위 장악 시도라고 비판했다. 학자들은 전문가, 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후보자추천위원회 신설 등을 통해 선관위 편향성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면서도, 편향성과 행정 투명성 문제를 구분해 접근해야 선관위 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 위원장이 선관위 개혁 방안을 발표한 31일 국민의힘은 국회 국정감사 카드를 꺼내며 선관위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구라는 이유로 외부의 감시·견제를 거부하면서 조직이 곯을 대로 곯았다며, 외부인사의 사무총장·차장 임명, 헌법대로 위원장 호선 및 상근직화 등을 제시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대법관이 아르바이트 식으로 선관위원장을 겸직하면서 책임과 권한이 미스매칭(불일치)됐다”며 “또한 사무총장을 반드시 외부에서 데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선관위 외부 출신 사무총장은 1988년 사임한 한원도 전 사무총장이 마지막이다.

선관위원은 헌법에 따라 대통령·국회·대법원장이 3명씩 임명·선출한다. 헌법에는 이들 중 선관위원장을 호선하도록 돼 있는데, 선관위가 헌법기관으로 창설된 1963년부터 계속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맡아왔다. 관행이다. 마찬가지로 17개 시·도 선관위 위원장도 각 지방법원장이 맡고 있다. 1960년 3·15 부정선거 등을 겪으면서 선거 관리의 정치적 편향성 시비를 피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고, 정부·정당 추천 인사보다는 사법부가 공정할 거라고 기대된 탓이다.

선관위 창설 60년이 지난 현재 반드시 법관에게 선관위원장을 맡길 필요성은 줄었다는 게 학자들의 지적이다. 늘어난 선관위 업무량을 반영해 현재 1명인 상근위원을 위원장 포함 최소 3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편향성 논란을 피하려면 선관위원·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검증·합의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시민단체나 각계 전문가 등이 포함된 후보자추천위가 가동돼 여기서 검증된 인사가 올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헌법 규정으로는 선관위의 편향성 시비를 피하기 어려워 개헌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선관위원 임명·선출 과정에서 대통령과 대법원장은 빠지고, 국회에서 (여야) 합의에 의해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는 경우에만 추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 당이) ‘적극 추천한다’가 아니라 (양당 모두) ‘반대하지 않는다’(는 개념)”라고 말했다.

선관위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감사 제도를 구축해야 사건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관위가 독립성 침해 우려가 있어 같은 헌법기관이자 대통령이 장을 임명하는 감사원으로부터 감사를 받을 수 없다면 자체적으로 외부 견제를 받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사안이 선관위의 불투명성과 관련한 문제인데도 정부·여당이 정치적 편향성 문제와 뒤섞어 선관위를 유리하게 재편하려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정부·여당은 이번 기회에 다소 편향된 인사들로 구성된 선관위를 정리해보자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이번 사안은 중립성과는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근본적으로는 지나치게 방대해진 선관위 조직을 축소해야 복마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처럼 대규모의 상설 선거 관리 기구를 가진 나라는 거의 없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우리의 민주화 수준을 감안할 때 선거 관련 일상적인 사무는 행정기관(정부 부처·지방자치단체)에서 하면 된다”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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