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김정은, 술에 의존” 깨알 보고…미 도·감청은 ‘묵묵부답’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가정보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술·담배 의존도가 높고 상당한 수면장애를 겪고 있으며 체중은 140㎏ 중반대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31일 정보위 전체회의 뒤 브리핑을 열어,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이런 내용을 담은 업무 보고를 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국정원이 ‘북한 당국이 최근 4월 해외에서 최고위급 인사의 불면증 치료를 위한 졸피뎀 등 최신 의료 정보를 집중적으로 수집한 점을 들어, 김 위원장이 상당한 수면 장애를 겪고 있다고 추정된다’고 국회에 보고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또한 김 위원장이 알코올과 니코틴 의존도가 높고 불면증이 심해지는 악순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했다. 북한이 말보로, 던힐 등 외국 담배와 고급 안주를 다량으로 들어오고, 지난 16일 김 위원장 공개 행보 때 그의 눈에 다크서클이 선명했던 점 등의 이유에서다. 체중 역시 인공지능(AI) 분석 결과 약 140㎏ 중반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는 김 위원장의 손, 팔뚝에 긁어서 덧난 상처가 확인됐는데, 국정원은 알레르기와 스트레스가 복합 작용한 피부염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북한 아사자가 예년의 3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국정원은 “민생고로 인해 내부적 불안요인이 많이 커지고 있다”며 “강력범죄는 지난해 동기 대비 100여건에서 300여건으로 3배 폭증했고, 물자 탈취를 노린 사제 폭탄 투척 등 조직화 범죄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에 비해 북한 자살자가 약 40% 증가한 것을 두고 김 위원장이 “사회주의 반역행위로 규정하며 (자살) 방지대책을 긴급 지시했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이밖에 국정원은 북한의 옥수수 가격이 지난해 1분기 대비 약 60%, 쌀가격은 30% 가까이 올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했다.

한편, 이날 정보위는 개회 3시간 만에 파행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감청 논란에 대한 김규현 원장의 답변이 불성실하다고 문제제기를 하면서다. 민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과 관련해 뉴욕타임스(NYT)에 보도됐던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을 했는데, 국정원장이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아예 답변 자체를 거부하는 뉘앙스로 이야기해서, 다른 현안 질의는 시작도 하기 전에 첫 질의에서 막혔다”며 “정보위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