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갈아타니 150만원 아꼈네요"…대환대출 인프라로 용돈 벌어볼까?

서상혁 기자 2023. 5. 3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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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대환대출 인프라 통해 1819건·474억원 이동…90%가 '은행 간 이동'
연 15%→4.7% 이동 사례도…금융권 금리 경쟁 본격화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지난해 시중은행에서 5%대 중반의 금리로 1억원의 신용대출을 받은 직장인 김씨. 매달 내야 할 이자 부담에 속이 쓰리다. 금리를 낮출 방법을 찾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던 중 '대환대출 인프라'가 곧 가동된다는 기사를 접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귀찮은 대환 절차를 15분 만에, 그것도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니. 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31일 서비스가 시작되자마자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타는 데 성공한 김씨. 150만원이나 아꼈다. 용돈을 번 것 같아 흐뭇하다.

금융회사 모바일 뱅킹 앱과 핀테크 플랫폼을 통해 신용대출을 자유롭게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인프라'가 31일 본격 가동된 가운데, 서비스 첫날 1800여건의 대출이 새 은행을 찾아갔다. 연 15%에 육박한 금리를 이용하다 4%대의 은행권 대출로 갈아타는 등 금리를 낮췄다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금리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당국의 취지대로 금융권의 마케팅도 활발해진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은 기존 비대면 신용대출 대비 최대 한도를 5000만원 늘리고, 하나은행은 준거금리로 '신잔액 코픽스'를 적용해 기존 상품 대비 금리를 낮춘 플랫폼 특화 상품을 내놨다.

미숙한 운영은 '옥에 티'였다. 가동 첫날 수요가 플랫폼에 집중되면서 접속이 되지 않거나, 한도 조회가 지연되는 일이 다수 발생했다. 기존 대출 대비 더 높은 대출 상품을 추천해주는 사례도 있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9시부터 51개 금융회사, 7개 플랫폼은 대환대출 인프라를 가동했다. 대환대출 인프라란 은행과 저축은행 등 금융권의 대출 상품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비교해 보고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비대면으로 기존 대출금 상환·신규 대출 실행이 이뤄지도록 하는 금융결제원의 '대출 이동 시스템'과 각 금융회사의 대출 상품을 한데 모아 비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출 중개 플랫폼'이 합쳐진 형태다. 온라인에서 대출을 비교해보고 갈아타기까지 가능한 서비스는 세계 최초의 사례다.

◇ 서비스 첫날 1819건 이동…연 15%→4.7% 이동 사례도

이날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해 이동된 대출 건수는 1819건, 금액은 474억원으로 나타났다.

실제 9700만원의 신용대출을 보유 중인 직장인 A씨는 이날 오전 9시 카카오페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기존 대출보다 금리를 1.6%p 가량 낮췄다. 이를 통해 1년치 이자를 기준으로 150만원가량 절감했다.

카카오페이의 '대출 갈아타기'를 실행한 화면. 금융회사의 가심사를 바탕으로 한 예상 금리와 한도가 표시돼 있다.

드라마틱한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이날 오전 중 이뤄진 대출 이동 사례를 분석한 결과, A저축은행에서 연 15.2% 금리에 8000만원 대출을 받은 모 차주는 은행권의 4.7% 신용대출로 갈아탔다. B은행에서 연 9.9%의 한도대출 1500만원을 받은 차주는 C은행의 5.7% 금리로 대출을 갈아탔다.

대환이 이뤄진 474억원 중에선 은행에서 은행으로 이동한 대출 비중이 9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상당수는 시중은행에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이날 하루 대환 한도를 모두 소진함에 따라 오후부터는 자채 앱을 통한 대환 접수를 중단했다.

◇ 금리 낮추고, 한도 키우고…금융권, 고객 확보 경쟁 본격화

앞으로 은행간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대환대출 인프라 구조상 금융회사들은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금리를 낮추거나 한도를 올리는 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대환대출 인프라를 추진한 목적이기도 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빅테크 종속 우려로 대형은행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지만 대출 이동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언제든 고객을 뺏기게 된 만큼, 이제는 경쟁력있는 상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카카오페이와 자체 모바일뱅킹에 대환대출 인프라 전용 상품 'KB 온국민 신용대출'을 입점시켰다. 최대 한도는 3억5000만원으로 기존 대표 신용대출 상품인 'KB 직장인든든 신용대출' 대비 5000만원 많다.

하나은행 역시 '하나원큐 신용대출 갈아타기'라는 대환대출 인프라 전용 상품 판매를 시작한다. 이 상품은 준거금리로 '신잔액 코픽스'가 적용된 점이 특징이다. 금리상승기에 일반 금융채나 신규 코픽스 대비 변동 폭이 작다. 실제 이날 고신용자 대상 '하나원큐 신용대출 갈아타기' 상품의 금리는 연 4.634%로 금융채 6개월물을 준거금리로 삼는 기존 대출 하나원큐 신용대출(연 5.354~5.954%) 대비 하단 기준 0.7%포인트(p) 낮았다.

우리은행은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해 대출을 갈아타는 차주에게 0.5%포인트(p)의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자체 앱을 통해 신용대출을 갈아탈 경우 중도상환해약금과 인지세 등 1인당 소요되는 대출 거래비용을 최대 10만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플랫폼간 경쟁도 불이 붙었다. 이날 서비스를 시작한 7개 플랫폼 중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모두 입점한 곳은 카카오페이 뿐이다. 사실상 카카오페이에서만 5대 은행의 대출 금리와 한도를 정확하게 비교해 볼 수 있는 셈이다. 카카오페이는 신용점수를 올리면서 더 좋은 대출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신용점수 올리기' 서비스까지 선보였다.

◇ 접속 지연 사례 속출…일부 플랫폼은 더 높은 금리 상품 보여주기도

운영 측면에선 일부 미숙한 모습도 나타났다. 일부 애플리케이션에서 접속이 지연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한도 조회 과정에서 10분 이상 시간이 소요되는 일도 적잖았다. 서비스 첫날 많은 차주들이 플랫폼에 접속하면서 서버가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5월 종합소득세 납부 마지막 날인 점도 한 몫했다. 금융회사와 플랫폼 업계는 지난 23일부터 클로즈베타 서비스를 통해 '리허설'을 진행했는데, 당시엔 특별한 문제가 나타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부 금융회사의 경우 플랫폼을 통한 대출조건 조회에 대한 응답이 지연되었으나, 각 금융회사가 플랫폼과 조율을 거쳐 시스템을 점차 안정화함에 따라 이러한 경우는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일부 플랫폼에선 대출 조회 시 금리가 훨씬 높은 2금융권 대출이 조회되는 일도 발생했다. 연 5%대 신용대출을 보유한 차주가 대환 대출 상품 조회 시 연 14%의 저축은행 대출을 소개해주는 식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플랫폼이 대출금리 외에도 한도를 기준으로 상품을 정렬하기 때문으로 금리를 낮게 제공할 수 있는 다른 금융회사의 응답이 지연된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회사의 플랫폼에 대한 응답 지연 현상이 해소됨에 따라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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