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절’ 70돌 치적쌓기 급해… 기술미완 상태서 강행한 듯 [北 정찰위성 발사 실패]
北 “2단 엔진 고장이 원인” 밝혀
로켓엔진·연료 기술적 결함 의미
위성 쏠 만한 기술적 완성도 의문
충분한 지상연소시험도 안 된 듯
2012년 ‘은하-3호’ 실패 때와 유사
김정은 공개 행보도 정찰위성 집중
7월 전승절 내부결속용 성과 보여야
운반체 ‘천리마’ 위성 ‘만리경’ 새이름
북한이 ‘천리마-1형’ 발사 실패 직후 밝힌 원인은 1단 분리 후 2단 추진 체계의 시동 비정상으로 인한 추력 상실이다. 탑재된 신형 엔진과 연료에 기술적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우주발사체는 기체 및 추진기관 설계 기술이 탄도미사일과 같다. 유도·조종 장비 기술도 유사한 점이 많다. 다만 위성을 탑재한 채 지구 중력의 영향을 벗어나 궤도에 진입하려면 탄도미사일보다 더 많은 추진력이 필요하다. 우주발사체 개발이 미사일과는 또 다른 기술적 난도를 갖는 이유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했지만 중량 300㎏으로 추정되는 ‘만리경-1호’를 궤도에 올려놓을 정도로 추진력이 강한 우주발사체를 만들려면 기존보다 강력한 추력을 내는 엔진과 연료, 제어시스템 등이 필요하다. 이를 완성하려면 충분한 시간을 들여 검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날 발사 실패로 기술적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서둘러 발사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2단 엔진이 추력을 얻지 못해 방향 전환을 못한 상태에서 1단 엔진의 관성에 따라 1단의 비행 방향으로 추락했다. 충분한 지상 연소 시험 등을 수행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높은 속도를 내려면 초기부터 강한 추력을 내야 하는데, 이때 열과 진동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열과 진동을 제어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발사체 기술 자체도 충분한 실험이 이뤄지지 않았고 완성도 안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2단 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1단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1단 추진은 정상적이었다”는 북한 발표에 의문을 제기한다. 1단 추진에서도 이상 징후가 있었다면 ‘천리마-1형’의 기술적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군 안팎에서는 기술적 완전성보다는 정치적 이유가 발사 강행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7월 27일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을 맞는 자칭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을 앞두고 상반기 안에 위성 발사 성공을 앞세우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개 행보는 정찰위성 발사에 집중됐다. 그는 4월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찾아 정찰위성 제작 완성을 선언한 이후 한 달 가까이 잠행하다가 5월 16일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시찰한 자리에서 ‘차후 행동 계획’을 승인하며 위성 발사에 관심을 쏟고 있음을 드러냈다.
북한이 과거에 쐈던 로켓 이름 ‘은하’, 위성 이름 ‘광명성’을 이어서 쓸지 새 이름을 쓸지도 관심사였는데, 이날 북한은 새로운 이름을 사용해 과거와 완전히 다른 로켓과 위성임을 분명히 했다. 옛 위성 이름들은 최고지도자 우상화와 관련이 깊다. 광명성은 사전적으론 ‘환하게 빛나는 별’이라는 뜻이나, 북한은 김정일을 상징하는 말로 쓰며 김정일 생일도 ‘광명성절’로 부른다. ‘은하’는 ‘김정은은 하늘에서 내린 정치가’란 뜻으로 붙인 명칭으로 알려져 있다.
박수찬·구현모·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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