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발칸반도 화약고` 코소보, 알바니아-세르비아 민족갈등 재점화

박영서 2023. 5. 3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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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소보 즈베찬 시청사 입구에서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20여년 전 민족 간 갈등으로 끔찍한 인종청소가 벌어진 '발칸반도의 화약고' 코소보에서 최근 갈등의 수위가 다시 올라가고 있습니다. 보스니아계가 다수인 코소보에서 소수민족인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정부에 반기를 들고 연일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말 코소보 북부 즈베찬에서 시청 청사 진입을 시도하던 세르비아계 주민들과 이들을 해산시키려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평화유지군(KFOR) 병력 간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져 수십명이 다쳤습니다. 앞서 즈베찬에선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코소보 경찰과 충돌했습니다.

한동안 잠잠하던 코소보에서 민족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진 것은 다름 아닌 자동차번호판 때문이었습니다. 작년 코소보 정부가 세르비아에서 발급된 자동차번호판을 현지 것으로 바꾸도록 하자 해당 번호판을 소지하고 있던 세르비아계가 반발한 것입니다.

번호판 논란은 이후 유럽연합(EU)의 중재로 진정되는 듯했지만, 세르비아계 주민들은 코소보 정부가 추진한 선거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반발을 이어갔습니다. 세르비아 정부는 코소보 내 분쟁에서 세르비아계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군사 개입 가능성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세르비아의 독재자 밀로셰비치의 학살극을 기억하는 나토는 초긴장 상태입니다. 결국 나토는 병력 700명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코소보는 과거 유고슬라비아 연방 안에 있던 세르비아 자치주였지요. 1990년대 초 유고연방에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이 독립을 선언하며 세르비아가 주도한 유고연방과 내전을 벌이자 이에 자극받은 코소보도 독립을 추진했습니다. 그러자 세르비아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은 1998~1999년 코소보 알바니아계에 대한 피비린내 나는 인종청소를 벌여 30만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나토가 1999년 세르비아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벌이고 세르비아가 코소보에서 철수하면서 내전은 일단락됐습니다. 이후 나토 평화유지군은 계속 코소보에 남아 치안을 돕고 있습니다.

코소보에서 민족 갈등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기독교를 믿는 세르비아계는 이곳을 자기 민족이 뿌리를 둔 신성한 곳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14세기 오스만제국의 지배하에 들어가면서 이슬람을 믿는 알바니아인들이 집단 이주해 정착하게 됐지요. 오스만제국이 떠난 이후에도 알바니아계는 이곳을 터전 삼아 살아왔습니다.

현재 코소보의 인구 180만명 중 알바니아계는 92%를 차지하고 세르비아계는 6%에 그칩니다. 세르비아계는 세르비아와 인접한 코소보 북부에 모여 살면서 세르비아와의 연결을 계속 유지하려 합니다.

국제사회에서 코소보의 지위는 아직은 완결형이 아닙니다. 코소보는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고, 미국과 EU 등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99개국은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 등은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았고 유엔 가입도 불허했습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코소보의 독립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벼르고 있습니다.

세르비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바짝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르비아는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고, 오히려 작년 5월 러시아와 가스 수입 협정을 맺기도 했습니다.

세르비아 의회 내에선 '발칸반도의 탈나치화'가 필요하다는 언급도 나오고 있습니다. 탈나치화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동부의 러시아계 주민이 정부의 핍박을 받는다고 주장하며 자주 사용해 온 표현입니다. 이렇게 코소보 상황은 위태위태한데 세르비아 출신인 테니스 황제 노바크 조코비치가 정치적 메시지를 남겨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최근 프랑스 오픈 남자 단식 1회전을 마친 뒤 카메라 렌즈 앞 유리판에 "코소보는 세르비아의 심장"이라며 "폭력을 멈춰 주세요"라고 적은 겁니다. 코소보 테니스협회는 즉각 비난 성명을 냈지만, 대회를 주관한 프랑스 테니스연맹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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