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밥 한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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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기현 국민의힘·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각종 국정현안 등을 놓고 공개 정책토론을 하기로 합의했다.
소주 한잔 곁들여 밥 한끼 같이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보자는 김 대표 제안을, 이 대표가 "밥과 술은 친구랑 하시고 실효성 있는 공개 정책회동을 하자"고 되받아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어쨌든 대화의 장(場)이 마련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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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대화법 중 "식사 한번 하죠"라는 표현이 있다. 정말로 밥 한끼 같이 하면서 대화하자는 의미에서부터, 꼭 식사가 아니더라도 한번 만나 소통을 하자는 뜻과 그저 '영혼 없는' 단순한 인사치레까지 다양한 해석을 동반한다. 같이 밥을 먹을 정도로 가족처럼 가깝다거나 공동체 문화를 중시하는 우리네 전통적 특성을 반영한 표현이지만, 외국인의 경우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정말 식사하자는' 말로 오해하는 일도 적지 않다.
자고로 식사정치는 지도자나 정치인들이 꼬인 실타래를 풀 때 활용돼왔다. 임진왜란 영웅이자 명장인 이순신 장군은 부하들과 전략을 짜거나 대책회의를 할 때 술과 식사를 자주 했다고 한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토론이나 회의, 인간적 소통을 위한 대화나 담소가 목적이라도 때와 장소, 형식에 상관없이 수시로 소통했다. 그의 '난중일기'에는 소통의 수단으로 '의(議)' '론(論)' '화(話)' 등 표현이 많이 나온다. 모두 상대방과 의논하고 솔직담백하게 대화한다는 뜻이다. 특히 이순신의 서재인 한산도 '운주당(運籌堂)'은 소통의 공간을 의미한다. 운주당은 부하 장수들과 전략회의를 통해 전쟁에서 이길 묘책을 의논하고, 말단 병졸들에겐 현재의 소원수리 같은 공간이었다. 한마디로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격의 없는 소통의 장이었다. 조선 제7대 임금 세조는 신하들과 술자리를 갖고 국정을 논의하는 걸 유난히 좋아했다고 한다.
'영국의 이순신'으로 통하는 허레이쇼 넬슨 해군제독은 평소 식사자리를 통한 토론을 즐겼다. 넬슨 제독은 유명한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무적함대로 불리는 스페인과 프랑스의 연합함대에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압승을 거뒀다. 영국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위대한 논쟁 없이는 감동도 없다고 강조했다. 6·25전쟁 영웅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즉흥토론의 달인이었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가장 중요한 통찰은 상대방의 감정이입을 통해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식사정치를 선호하는 편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상대편 처지에서 먼저 생각해보고 이해하라)는 공감대 형성의 출발점이다. 밥때를 놓치면 몸도 마음도 피곤하다. 모처럼 성사된 양당 대표 간 회동이 꽁꽁 얼어붙은 정국에 불쏘시개가 되길 바란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정치부장·정책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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