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엔비디아 손 잡은 미디어텍…'차량용 SoC' 시장 강자로 거듭날까
미디어텍 "엔비디아와 독보적 플랫폼 제공"…삼성전자도 시장 공략 가속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대만 미디어텍이 미국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엔비디아와 손잡고 차량용 반도체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 AI 컴퓨팅 기술 분야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를 등에 업고 120억 달러(한화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및 계기판 SoC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는 대만에서 진행되고 있는 '컴퓨텍스'에 참석해 미디어텍과의 협력을 공식 발표했다. 운전자와 탑승자에게 새로운 차량 내부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미디어텍과 협업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 젠슨 황 "모든 차량서 새로운 커넥티드 서비스 가능"
젠슨 황은 "AI와 가속 컴퓨팅이 자동차 산업 전반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며 "미디어텍의 업계 선도적인 '시스템 온 칩(SoC)'과 엔비디아의 GPU 및 AI 소프트웨어 기술의 결합은 고급 차량부터 보급형 차량에 이르기까지 모든 차량 부분에서 새로운 사용자 경험과 안정성 향상, 새로운 커넥티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로 엔비디아는 노트북, 데스크톱, 단말기 및 서버용 GPU와 함께 자동차 및 로보틱스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시스템 온 칩(SoC)을 미디어텍에 제공한다. 이러한 새로운 GPU 칩렛을 통해 엔비디아는 GPU 및 가속 컴퓨팅 업계 내 리더십을 더 넓은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디어텍은 차량용 SoC를 개발하고 엔비디아 GPU 칩렛을 설계 구조에 통합할 예정이다. 해당 SoC의 출시 시기는 2025년 말로 예상됐다.
또 미디어텍은 새로운 차량용 SoC에서 엔비디아 드라이브 OS(NVIDIA Drive OS), 드라이브 IX(DRIVE IX), 쿠다(CUDA), 텐서RT(TensorRT) 소프트웨어 기술을 실행해 커넥티드 인포테이먼트과 차량 내 편의 및 안전 기능을 구현할 예정이다.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자동차 제조업체는 엔비디아 드라이브 플랫폼에서 더 많은 차량용 인포테이먼트 옵션을 사용할 수 있다.
더불어 미디어텍은 엔비디아의 AI, 클라우드, 그래픽 기술 및 소프트웨어 에코시스템에 대한 핵심 전문성을 활용하고 엔비디아의 첨단 운전자 지원(ADAS) 시스템과 결합함으로써 자사의 디멘시티 오토(Dimensity Auto) 플랫폼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릭 차이(Rick Tsai) 미디어텍 CEO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자동차 산업을 위한 글로벌 원스톱 숍을 제공해 차세대 지능형 상시 커넥티드 차량을 설계하는 것이 우리의 공동 비전"이라며 "엔비디아와의 특별한 협력을 통해 우리는 미래의 컴퓨팅 집약적,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을 위한 독보적인 플랫폼을 함께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엔비디아, 미디어텍과 또 한 번 승부수…업계 '예의주시'
업계에선 미디어텍과 엔비디아의 이번 협업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차량에 사용되는 인포테인먼트 및 계기판 SoC 시장 규모는 올해 12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게임, AI 음성 지원,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등의 기능을 강화하려는 자동차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관련 시장은 더 크게 성장할 것이란 관측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엔비디아는 자동차 기업들이 자율주행과 연결(커넥티비티) 기능을 추가할수록 관련 칩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엔비디아와 미디어텍의 협력은 럭셔리부터 양산 차량까지 모든 종류를 포괄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성능 AI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의 변화 때마다 '적기'에 대응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엔비디아가 미디어텍과의 협력을 통해 또 한 번 승부수를 띄웠다"며 "자율주행차 시대에 앞서 관련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는 듯 하다"고 밝혔다.
이재용 회장이 최근 젠슨 황 CEO와 미국에서 만난 탓에 엔비디아와 협력이 기대됐던 삼성전자는 이번 발표로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삼성전자도 차량용 SoC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태에서 좋은 파트너를 경쟁사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대신 삼성전자는 GPU 분야 강자인 AMD와 협력해 '엑시노스' SoC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차량용 SoC '엑시노스 오토' 시리즈를 폭스바겐, 아우디 등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삼성오스틴연구센터(SARC)와 캘리포니아주 어드밴스드컴퓨팅랩(ACL) 책임자(부사장)로 베니 카티비안 전 퀄컴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을 임명해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티비안 부사장은 자율주행차 반도체 개발 전문가로 퀄컴에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비롯한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을 주도했다.
기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일본 르네사스,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등이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삼성전자와 인텔, 퀄컴, 완성차 업체까지 제품 개발에 가세하며 시장 경쟁에 나선 상태다. 이번 미디어텍과 엔비디아의 가세로 업체간 고객사 확보 전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운전자 안전을 위한 차량 지능화·연결성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삼성전자는 5G 기술, 진화된 AI 기능이 탑재된 프로세서, 안정적이고 검증된 전력관리칩을 제공해 전장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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