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 대가' 정상화 "반복하는 바보스러움으로 이뤄지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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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뜯어내고 메우고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바보스러움이 (제 작품을) 말해줍니다. 진짜 바보가 아니라 바보스럽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내와 투지가 필요한 작업이죠. 제가 한 작품이지만 해놓고도 감동할 때가 있습니다."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데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된 노동이 필요한 작업을 두고 31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뭔가 바보스럽게 이뤄지는 게 작품"이라면서 "철저한 평면을 위해 의외성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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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하나하나 뜯어내고 메우고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바보스러움이 (제 작품을) 말해줍니다. 진짜 바보가 아니라 바보스럽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내와 투지가 필요한 작업이죠. 제가 한 작품이지만 해놓고도 감동할 때가 있습니다."
한국 단색조 추상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정상화(91) 화백이 다음 달 1일부터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개인전을 연다.
작가는 1970년대 이후 '뜯어내기'와 '메우기'로 요약되는 격자형 추상 작업을 일관되게 고수해왔다.
캔버스에 3∼5mm 두께로 바른 고령토가 굳으면 직접 만든 뾰족한 칼로 네모꼴로 뜯어낸다. 고령토를 뜯어낸 자리는 유채나 아크릴 물감으로 메운다. 작업 방식은 늘 같지만 뜯어내는 네모꼴의 모양이나 크기, 바탕 안료의 두께 등에 따라 구현되는 평면의 모습은 항상 새롭다. 멀리서 보면 그저 비슷비슷한 백색의 그림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모두 다른 평면의 표정과 색감이 드러난다.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데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된 노동이 필요한 작업을 두고 31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뭔가 바보스럽게 이뤄지는 게 작품"이라면서 "철저한 평면을 위해 의외성은 없다"고 말했다.
"어려운 작업이 아니에요. 어렵다고 생각하면 관뒀겠죠. 70년대부터 뜯어냈다 메우기를 반복했지만 지금도 다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 사는 것도 결국 반복이잖아요."
강렬한 색채와 거친 질감의 엥포르멜(비정형) 회화 작업을 하다 1973년부터 '정상화표' 단색 격자 추상 작업을 계속해 온 작가는 "꼭 추상을 해야겠다고 해서 추상을 한 게 아니다"라며 "출발부터 추상이 있었고 구상이라고 해서 추상성이 없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70여년간 그림을 그려왔지만 지금도 그림 이야기를 해야 즐겁다는 작가는 작품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많이 보라'고 말했다.
"작품 내용을 이해하려면 작가에 대해 깊이 연구해야 하는 데 그건 작품을 많이 보는 데서 옵니다. 그림이라는 게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많이 보면 (이해하는) 능력이 생겨요. 뭔가 다가오는 게 있어요. 그림을 보고 느끼면 됩니다."
예술가로서 일가를 이룬 원로 작가는 날마다 새로운 것을 하고 싶었고 매 순간 똑같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타고난 재주가 있다고 해서 안 통해요. 노력이 중요합니다. 어떤 분야든지 노력 없이 이뤄지는 건 없어요. 이것만은 제가 자신 있게 말하고 싶습니다."
7월16일까지 계속되는 전시에서는 캔버스 작업과 함께 데콜라주(얇은 종이에 수직·수평의 선을 그어 생긴 격자를 칼로 얇게 벗겨내 색을 칠한 것)와 프로타주(완성된 캔버스 작품 위에 한지를 올려 흑연으로 탁본을 뜨듯이 작업한 것) 등 종이 작업, 목판 작업까지 40여점을 볼 수 있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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