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라도…" 첫날 474억 대출 갈아탔다
은행간 갈아타기 비중이 90%
3~5분만에 갈아탈 상품 조회
클릭 몇 번에 이자비용 아껴
플랫폼마다 연동 금융사 달라
필요한 공동인증서 제각각
안내와 심사결과 달라 혼란도
작년에 A은행에서 1500만원짜리 신용대출을 받았던 20대 직장인 김 모씨는 31일 네이버페이에서 대환대출을 조회한 뒤 B은행으로 갈아탔다. 연 6.02%였던 금리가 연 5.504%로 낮아졌다. 만기 일시 상환 방식으로 기존 대출은 총 대출이자가 연간 90만3000원이었지만, 갈아타면서 82만5600원으로 줄었다. 김씨는 "중도상환수수료 3만4520원을 내고도 총 이자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매달 내는 이자가 6400원 정도 줄어든 셈인데, 클릭 몇 번에 이 정도 이자 절감이라면 충분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당국과 금융권이 세계 최초로 출시한 '대환대출 인프라'가 이날 공개됐다. 오픈 첫날인 만큼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 클릭 몇 번으로 대출 갈아타기에 성공한 고객들은 만족스럽다는 평가다. 일부 은행에서는 대환대출 창구에 한해 금리를 0.3~0.5%포인트 내리는 등 이자 감면 효과도 나타났다.
많은 대출자가 이날 오전 9시부터 각자 선호하는 금융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대환대출을 신청했다. 본인 인증을 한 뒤 정보 제공에 동의하면 본인이 대출받은 금융사가 3곳까지 자동 조회됐다. 내 대출 조회와 갈아탈 상품 조회까지 3~5분 걸렸는데,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간편하게 느껴졌다. 다만 갈아탈 상품을 정하고 새 금융사에 계좌를 개설할 때 좀 더 시간이 소요됐다. 당국에서 15분 내외가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 대로였다.
당국에 따르면 이날을 기준으로 총 1819건의 대출이 이동했다. 금액으로는 474억원이다. 은행에서 은행으로 이동한 비중이 90%나 됐는데, 대부분 고신용자들이 이자를 낮춘 사례로 보인다.
실제로 연 9.9% 금리로 1500만원을 대출했던 사람이 연 5.7% 금리 상품으로 갈아탔으며, 저축은행에서 연 15.2% 금리로 80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던 직장인이 연 4.7% 금리의 은행 상품으로 갈아탄 경우도 있었다. 저축은행, 캐피털 등에서 3500만원을 대출받았던 다중채무자 이 모씨는 이날 은행권 상품 하나로 갈아타면서 월 납입금과 대출 건수를 줄이는 효과를 봤다.
다만 첫날이다 보니 크고 작은 혼란이 있었다. 여러 회사로 수요가 분산되면서 특정 앱이 다운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한두 번은 허탕을 쳐야 했다. 일부 인기 앱은 예상보다 일찍 하루치 접수를 마감했다.
'대환할 대출 상품이 없는 경우'에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불만을 표했다. 고신용자는 기존 대출 금리가 낮아서 더 좋은 상품이 없었고, 중저신용자의 경우 기존 대출이 많고 신용점수가 낮아 이자를 낮추는 게 쉽지 않았다. 플랫폼마다 연동하는 금융사가 제각각이어서 다른 금융사에서 다시 대환대출을 조회하고 나서야 갈아탈 상품을 찾은 경우도 많았다.
대환에 성공한 김씨의 경우 토스에서는 기존 대출보다 한도가 높지만 금리도 더 높은 대출만 안내됐다. 카카오페이에서는 금리가 연 5.21%로 0.8%포인트나 낮은 다른 1금융권 은행 대출을 조회해줬지만, 실제로 해당 은행 앱으로 이동해 대출심사를 진행하자 '내부 심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환대출 자체를 어려워하는 소비자도 많았다. 40대 윤 모씨는 플랫폼에서 대환대출을 조회한 뒤 갈아탈 대출을 판매하는 은행 앱으로 넘어갔지만 절차가 복잡해 대환대출을 포기했다. 윤씨는 "비대면 신분증 인증도 제대로 되지 않는 데다 평소 쓰지도 않던 공동인증서를 요구하는 바람에 결국 시간만 쓰고 대환대출은 못했다"고 말했다.
[명지예 기자 /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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