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기시다 물꼬 트자 …"기회 열렸다" 韓日 소부장 의기투합

정승환 전문기자(fanny@mk.co.kr), 성승훈 기자(hun1103@mk.co.kr) 2023. 5. 31. 17: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OCI - 도쿠야마 협력 재개 … 6년 막혔던 기업교류 봇물
日 도쿠야마 말레이시아공장
OCI가 2017년 인수했지만
징용배상 판결에 협력 끊겨
올3월 정상회담에 '변화' 포착
"세계 반도체소재 선점하자"
합작법인 설립해 공급망 협력

◆ 한일 기업협력 가속 ◆

OCI와 도쿠야마가 6년 만에 협력을 재개해 말레이시아에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사진은 말레이시아 사말라주 산업단지에 위치한 OCIMSB 공장 전경. OCI

OCI와 도쿠야마 간 협력이 6년여 만에 재개됐다.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 화학기업이 힘을 합쳐 글로벌 반도체 소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도쿠야마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부문 세계 3위, OCI는 4위 업체다. 업계 선두는 독일 바커와 미국 햄록이다.

31일 OCI 관계자는 "내년 초 말레이시아에 도쿠야마와의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제조 합작회사가 설립된다"며 "도쿠야마와의 합작 논의는 최근 들어 빠르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한일 관계가 좋아지면서 두 회사 간 협업 관계가 강화됐다는 얘기다.

OCI는 도쿠야마로부터 말레이시아 공장을 인수했던 인연이 있다. 2017년 5월 OCI는 도쿠야마 말레이시아법인 지분 100% 인수를 마무리했다. 인수 금액은 1억7330만달러였다.

이 회사는 보르네오섬 북부인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사말라주산업단지에 위치했으며, 연 2만t 규모의 태양광·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 능력을 갖췄다.

당시 도쿠야마는 경영상 어려움을 겪던 상황에서 OCI에 말레이시아 공장을 팔게 됐다. 도쿠야마 말레이시아법인은 대주주가 바뀌면서 OCIMSB로 사명을 변경했다.

순조롭기만 하던 두 회사 관계는 2018년에 얼어붙었다.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은 일본 기업에 강제징용 배상 책임을 물리는 판결을 내놨다. 일본은 이에 반발했다.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수출규제에 나섰다. 양국에서는 상대방 국가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2020년에는 닛산자동차가 한국에 진출한 지 16년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한일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러다 올해 3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양국 회담을 계기로 한일관계가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정치 측면에서 양국 관계가 개선되면서 기업들 움직임도 바빠졌다. OCI와 도쿠야마 경영진은 이 같은 상황을 기회로 만들었다. 그간 지지부진했던 두 회사 간 소통과 협력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OCI와 도쿠야마 경영자들은 양사 실무진과 함께 협력을 모색했다.

두 회사가 윈윈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합작회사로 결정됐다.

1일 OCI와 도쿠야마는 '구속력 있는 업무협약(Binding MOU)'을 체결한다. 합작회사는 내년 초 말레이시아 사말라주 산업단지 내 OCIMSB 용지에 설립된다. OCIMSB는 OCI홀딩스의 말레이시아 자회사다. 2017년 이전에는 도쿠야마가 운영했던 곳이다.

합작사는 2026년부터 연간 1만1000t 규모로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반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OCI는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반제품을 군산공장에서 후처리 가공한 후 완제품 형태로 판매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일관계가 최악이었을 때 양국 간 이슈 중 하나가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수출 규제였는데, 두 나라 화학회사가 반도체 소재 부문에서 손을 잡았다"며 "정치적 문제가 해결되면서 양국 간 비즈니스도 활력을 되찾게 됐다"고 전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일 협력이 강화되면 중국에 대해선 상당한 레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재·부품 분야는 한일 양국 기업이 분업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OCI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일본 기업과 속속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고성능 브랜드 'N'의 첫 양산형 전기차 '아이오닉 5N'을 내년 초 일본에 출시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도쿄에서 '현대브랜드데이'도 열었다.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이데미쓰코산과 타이어용 합성고무 소재 '바이오 스티렌 모노머(SM)' 공급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일본 1위 택시 호출 서비스 '고(GO)'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4월 일본 제라(JERA)와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업무협약을 맺었다. 제라는 일본 도쿄전력·중부전력이 LNG 조달을 위해 공동 출자한 회사다.

금융권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해외 기업설명회(IR) 자리로 일본을 선택했다. 진 회장은 도쿄에서 일본은행(BOJ)과 미즈호, 노무라증권, 다이와증권, SMBC 관계자들을 만났다.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미쓰이스미토모와 글로벌 금융사업 협력관계 강화를 위한 MOU를 맺었다.

재계 단체도 양국 기업의 협력을 물밑에서 돕고 나섰다. 오는 9일에는 6년 만에 부산에서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가 열린다. 한일 정상 셔틀외교가 12년 만에 재개된 것을 계기로 미래 지향 경제협력을 민간 차원에서 구축해 나가겠다는 목적에서다. 한일상의 회장단 회의는 2017년 7월 일본 홋카이도 회의를 마지막으로 6년간 열리지 못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될 예정"이라며 "공급망 공동 대응이나 청년 취업과 같은 민간 교류, 신기업가 정신 등이 주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별개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게이단렌이 주최하는 한일재계회의는 올해 하반기 도쿄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코트라는 오는 3일 도쿄에서 '한일 무역투자 일자리대전'을 개최한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한국은 제조 능력과 마케팅이 강하고, 일본은 자본과 기술이 강하기 때문에 제3국에 함께 진출하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승환 기자 / 성승훈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