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구폐쇄 약속한 동창리서 쏴 文·김정은 평양선언 '휴지 조각'
9·19 군사합의도 폐기 수순
◆ 北 위성발사 실패 ◆
북한이 31일 동창리 일대에서 위성 명목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합의했던 '평양공동선언'이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 2018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동창리 폐쇄를 문서화하면서 이를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상징물로 언급해왔다.
동창리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위치한 북한 국가우주개발국 산하 발사장 겸 엔진 시험장을 통칭하는 말로 북한에서는 '서해위성발사장'이라고 부르고 있다. 2009년 이 발사장을 완공한 이래 2012년부터 인공위성을 탑재했다고 주장하는 발사체를 모두 여기에서 발사했다. 특히 이곳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산실로, ICBM에 사용되는 엔진 시험도 여기에서 이뤄진다.
동창리가 북한 비핵화의 상징으로 불렸던 이유는 2018년 9월 당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명한 '평양공동선언'에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참관하에 폐기'하기로 명시했기 때문이다. 과거 영변 냉각탑 폭파에 준하는 폐기를 시현하기로 했던 것이다.
앞서 그해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동창리 폐쇄를 약속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북한의 비핵화를 의심하는 발언이 나올 때마다 "동창리 폐쇄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라고 표현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그해 하반기부터 동창리 재가동을 시작했다.
동창리 인근에서 10m 길이 초대형 트럭이 포착되는 등 ICBM 발사와 관련한 것으로 추정되는 징후가 나타난 데 이어 지난해 말 김 위원장 참관하에 신형 고체 로켓 엔진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동창리에서 ICBM 엔진 시험에 이어 이날 북한 주장 '위성발사체'까지 발사되면서 사실상 5년 전 평양공동선언이 형해화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문서인 '9·19 군사합의' 폐기를 언급한 바 있어 남북 간의 마지막 정상회담이었던 2018년 9월 정상회담 문서는 사실상 수명을 다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예경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외제차 몬 적 없다’던 조민, 이번엔 벤츠 운전…“자수성가 친구 차” - 매일경제
- 가슴 만진 男에 3천만원 요구한 女…“고소보다 낫다” 협박 - 매일경제
- “앞으로 5년, 중년 남성이 가장 위험”…한은이 경고한 이유 있다 - 매일경제
- 한국주택 보유 1위는 왕서방...토지는 뜻밖에도 이 나라가 최다 - 매일경제
- WBC 야구대표팀 음주 논란...“호주·일본전 전날 룸살롱서 밤새 술마셔” - 매일경제
- 개 짖는 소리에 소송낸 주민…“견주가 100만원 배상해야” - 매일경제
- [단독] ‘김남국 이상거래’ 신고했다는 빗썸, 與에 거짓말했나 - 매일경제
- ‘재난문자’ 한국은 맹탕, 일본은 진국…속도마저 일본이 더 빨랐다 - 매일경제
- 코스피 연중 최고치라는데…주변엔 주식으로 돈 번 사람이 없는 이유는 - 매일경제
- WBC 대회 기간 음주 의혹 파문, 베테랑 및 핵심 선수 가담했나?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