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구폐쇄 약속한 동창리서 쏴 文·김정은 평양선언 '휴지 조각'

한예경 기자(yeaky@mk.co.kr) 2023. 5. 3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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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 상징 무색해져
9·19 군사합의도 폐기 수순

◆ 北 위성발사 실패 ◆

북한이 31일 동창리 일대에서 위성 명목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합의했던 '평양공동선언'이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 2018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동창리 폐쇄를 문서화하면서 이를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상징물로 언급해왔다.

동창리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위치한 북한 국가우주개발국 산하 발사장 겸 엔진 시험장을 통칭하는 말로 북한에서는 '서해위성발사장'이라고 부르고 있다. 2009년 이 발사장을 완공한 이래 2012년부터 인공위성을 탑재했다고 주장하는 발사체를 모두 여기에서 발사했다. 특히 이곳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산실로, ICBM에 사용되는 엔진 시험도 여기에서 이뤄진다.

동창리가 북한 비핵화의 상징으로 불렸던 이유는 2018년 9월 당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명한 '평양공동선언'에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참관하에 폐기'하기로 명시했기 때문이다. 과거 영변 냉각탑 폭파에 준하는 폐기를 시현하기로 했던 것이다.

앞서 그해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동창리 폐쇄를 약속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북한의 비핵화를 의심하는 발언이 나올 때마다 "동창리 폐쇄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라고 표현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그해 하반기부터 동창리 재가동을 시작했다.

동창리 인근에서 10m 길이 초대형 트럭이 포착되는 등 ICBM 발사와 관련한 것으로 추정되는 징후가 나타난 데 이어 지난해 말 김 위원장 참관하에 신형 고체 로켓 엔진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동창리에서 ICBM 엔진 시험에 이어 이날 북한 주장 '위성발사체'까지 발사되면서 사실상 5년 전 평양공동선언이 형해화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문서인 '9·19 군사합의' 폐기를 언급한 바 있어 남북 간의 마지막 정상회담이었던 2018년 9월 정상회담 문서는 사실상 수명을 다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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