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민노총 집회…경찰 "불법땐 캡사이신"
집회 이전부터 경찰과 신경전
펜스 설치 두고 고성 오가기도
캡사이신 가방 멘 기동대 배치
노숙집회 후 엄정 법집행 강조
윤희근 "질서 유지 단호하게"
3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사이에 이른 아침부터 고성이 오갔다. 오후 4시 예정된 총력투쟁대회 집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노조원과 경찰 간 신경전이 벌어진 것이다.
노조 측에서는 "이미 사전 신고한 집회인 만큼 정당한 국민의 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기동대원들은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양해해 달라"고 맞섰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 세종대로 인근에서 2만명 규모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시위 현장 곳곳에서 경찰과 조합원들 간 감정싸움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행사 직전인 오후 2시께부터는 경찰의 펜스 설치를 두고 노조원들이 항의하기도 했다.
민주노총과 경찰 간 갈등이 촉발된 건 지난 16일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서울 도심에서 진행한 1박2일 노숙 집회 직후였다. 건설노조가 집회 과정에서 술판을 벌인 데다 보행로를 가로막고 잠을 자는 등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노숙 집회 이후 이를 방치한 경찰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결국 경찰은 '강경 대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 23일 "과거 정부가 불법 집회, 시위에 대한 경찰권 발동을 사실상 포기한 결과 확성기 소음, 도로 점거 등 국민께서 불편을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발언했다.
실제로 이날 집회 현장에서는 이전과 다른 경찰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기동대원들은 캡사이신이 든 가방을 메고 집회에 참석했다. 경찰은 이날 캡사이신 장비 3800대를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캡사이신이 집회 현장에 등장한 건 2017년 3월 이후 6년 만이다. 또 경찰은 이날 사전 신고된 집회시간인 오후 4~5시, 7~9시 외 시간에 시위를 하거나 신고한 인원을 초과할 경우 해산을 명령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서울 도심 곳곳에서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 주최로 사전 집회가 열리면서 교통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금속노조의 사전 집회가 열린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는 2개 차로가 통제돼 차량 정체 현상이 발생했다. 오후 1시께에는 10분이 지나도록 100m를 이동하기가 힘들었다. 교통 혼란이 좀처럼 풀리지 않자 버스 기사들은 중간에 승객을 하차시키기도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연일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면서 경찰의 공권력 집행에 힘을 실어줬다. 이날 집회에 앞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열린 경비대책회의에 직접 참석한 윤 청장은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캡사이신을 사용해 해산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동계 집회에 유독 강경하다는 지적에는 "강경 대응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며 "집회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불법에 대해 경찰로서 해야 할 역할을 주저 없이 당당하게 하겠다"고 답했다. 이른바 '물대포'로 불리는 살수차 재도입과 관련해선 "차차 시간을 두고 말씀드리겠다"며 확답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 발언을 두고 재도입 카드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대책회의 이후에 이어진 자리에서도 윤 청장은 "공무집행방해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윤 청장은 이상원 대법원 양형위원장을 만나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현장 경찰관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공무집행방해죄의 피해자 90%가 경찰인데도 처벌 수위가 낮다는 인식이 많아 정당한 공권력 행사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양형 기준 강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불법 집회에 대한 경찰의 강경 대응 방침과 맞닿은 것으로 풀이된다. 집회 해산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공권력의 집행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나은 기자 /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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