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값 또 오르면 아파트 공사비 갈등 봇물 터질것"

연규욱 기자(Qyon@mk.co.kr), 양연호 기자(yeonho8902@mk.co.kr), 김유신 기자(trust@mk.co.kr) 2023. 5. 3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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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發 공사비 대란 비상
"분양 마쳤는데 추가비용 어쩌나"
건설사 분양 기피 심화될듯
"향후 주택공급 큰 차질 우려"
시멘트업계 "전기료 인상 반영"
지난해 여름 철근·콘크리트 업계의 단가 인상 요구로 공사가 중단됐던 당시 래미안 원베일리 전경. 연합뉴스

국내 1위 시멘트 제조사 쌍용C&E가 시멘트 가격을 작년 33% 인상한 데 이어 오는 7월에도 14% 추가인상 방침을 통보하자 건설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미 분양을 마치고 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장은 손실분을 고스란히 사업주체인 건설사가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주택정책부장은 "레미콘 업체들은 건설사에 (상승분을) 전가하면 되지만 건설사들은 수분양자에게 떠넘길 수 없지 않나"라며 "분양을 마치고 공사가 한창인 건설업체들의 경우 공사비 상승분을 오롯이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공사비는 분양경기 회복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원자재값과 인건비 상승 여파로 시공사와 조합이 공사비 갈등을 빚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목동 파라곤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은 조합에 공사비를 증액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조합이 이에 응하지 않자 지난 3월 아파트 입구를 컨테이너 등으로 막았다.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일반 분양자의 입주도 막혀 최종 입주까지 50일이 더 소요됐다.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도 조합과 시공사인 삼성물산 간 공사비 증액 협상이 장기화돼 입주일이 정해지지 못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2년 전 계약 당시 서울 기준 3.3㎡당 공사비는 400만~500만원이었는데, 현재는 700만원이 넘는다"며 "시공사들도 어쩔 수 없이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사비 갈등에 시공사가 교체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성남시 산성구역 재개발조합은 최근 정기총회에서 시공단(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과의 계약을 해지하기로 의결했다. 시공단이 자재비 상승 등을 이유로 공사비를 3.3㎡당 507만원에서 619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하자 조합이 시공사 교체를 결정한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레미콘 등 주요 자재를 연단가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당장 (시멘트가 인상분이) 공사비에 반영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아파트 단지 완공에 2년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결국 공사비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조만간 다른 시멘트 공급사들도 가격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레미콘 업체들도 반발하고 있다. 한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시멘트 가격 인상의 주요 배경이었던 유연탄 가격이 올 들어 안정된 만큼 시멘트 가격 추가 인상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시멘트 가격 인상은 주택업계의 공급 지연을 더욱 부추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전국 주택 분양 실적은 전국 3만9231가구로 전년 동기(7만8894가구) 대비 43.2% 감소한 상황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시장상황이 안 좋아 분양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사업장은 분양시기를 더 미룰 수밖에 없다"며 "향후 주택 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국내 종합건설사 자재구매 담당자들의 협의체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를 중심으로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반면 시멘트 업계는 가격인상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있다. 올해 전기요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시멘트 제조원가 상승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7개사가 도출한 올해 추가 원가상승분은 t당 1만6600원이다. 이 가운데 전기요금만으로 t당 7600원의 원가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4월부터 올해 1분기까지의 기준·실적연료비와 전력요금 인상분만 반영했을 때 t당 3950원, 한국전력이 목표치인 나머지 38.5원을 인상하면 t당 3650원의 원가인상분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멘트 업계는 하반기 대다수 업체가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C&E는 올해 1분기 매출이 4914억원으로 3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성신양회도 원자재 부담 여파로 매출이 235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9%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49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정부는 시멘트 가격 결정 절차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이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인상분이 너무 과하다고 판단되면 중간에 조정을 나서겠으나 아직까지는 별도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 양연호 기자 /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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