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첫 가이드라인…'실적 부풀리기' 차단 효과 '미지수'

오정인 기자 2023. 5. 3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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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의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제기되자 금융당국이 첫 번째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습니다. 

보험사마다 자율적으로 적용한 회계처리 방식에 일부 공통된 기준을 제시해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실적이 과대·과소평가되는 상황만 이어질 거란 우려가 제기됩니다. 

보험사 '실적 부풀리기' 논란
금융당국, 첫 가이드라인 마련

3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보험사 재무제표에 큰 영향을 주는 주요 계리적 가정에 대한 통일된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IFRS17은 올해부터 도입된 새 국제회계기준으로,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보험부채)을 계약 시점의 '원가'가 아닌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새 지급여력지표(K-ICS) 역시 원가가 아닌 시가 평가 방식으로 보험사의 지급능력을 평가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새 제도를 적용한 '첫 성적표'가 지난달 중순부터 발표되면서 보험업계 안팎에선 논란이 일었습니다. 일부 보험사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고,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급여력도 대체로 양호한 수준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건전성 지표가 하위권이었던 보험사들도 상위권에 올랐고, 업계 4~5위 자리를 지키던 보험사들이 수익성을 나타내는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지표로는 업계 1위와 비슷한 수준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실적 부풀리기' 혹은 '뻥튀기' 논란이 계속되자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브리핑을 통해 "이달(5월) 안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며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습니다.

'자율적·낙관적 가정' 차단
일부항목 통일된 기준 제시

이날 공개된 가이드라인에는 크게 5가지 내용이 담겼습니다. 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편향된 기준(가정)에 의해 보험부채를 평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먼저, 실손의료보험의 계리적 가정 산출 기준으로는 경험 통계 등 객관적 지표를 활용하고, 보험료 산출 방식의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실손보험 갱신 시 보험료가 과거 경험통계보다 크게 인상되는 것으로 가정하면, 손실계약이 이익계약으로 전환돼 CSM이 크게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저해지 보험 해약률 가정에 대한 산출 기준도 제시됐습니다. 무·저해지 보험은 중도 해지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어 계약자들이 많이 해지할수록 보험사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당국은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 상품의 해약률 추정치를 표준형 보험보다 낮게 적용하고, 상품 구조에 따른 계약자 행동 가정을 합리적으로 반영토록 했습니다. 

계약자가 해약을 적게 하는 특성이 있는 고금리 상품에 대해서도 일반 계약과 구분해 해약률을 가정하도록 했습니다.

또, 보험손익 인식을 위한 CSM 상각기준과 위험조정(RA) 상각 기준도 제시됐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날 실무협의체를 통해 가이드라인에 대한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보험사에 미칠 영향 등을 평가한 뒤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라며 "6월 결산부터 적용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향후 회계법인 감사인 간담회, 기초가정에 따른 예상금액과 실제 발생금액의 차이(예실차) 분석 등을 통해 계리적 가정 관련 이슈 사항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필요 시 추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계획입니다. 

논란 '해소' 기대…'차단'은 어려워
전문가 "각사 산출기준 공개해야"

지난달 중순께부터 이어진 보험사들의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업계 관계자들마저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만큼 업계 안에서도 '실적 부풀리기' 논란은 화두였습니다. 

때문에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나온 데 대해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항목에 대해 공통된 기준을 제시한 것이어서 문제가 제기됐던 CSM 등 주요 부분에 대한 논란은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업계에서 봐도 과도하게 평가됐던 일부 보험사들의 경우 (지표가) 좀 더 현실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들의 자율적(낙관적) 가정으로 인한 '실적 부풀리기'가 가이드라인으로 완전히 사라지긴 어렵다는 게 중론입니다. 특히 IFRS17 도입 논의가 시작된 지 10년(2013년)인데 이제야 가이드라인이 나온 데 대한 허탈하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2분기 실적 지표들이 1분기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며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도 적절하지 않지만, 보수적인 방향으로 갈 경우 실적이 과소평가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필요 시 추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IFRS17의 핵심은 기업의 가치를 있는 그대로, 제대로 보여주자는 것"이라며 "가이드라인이 반영된 2분기, 3분기 실적이 나왔을 때 과연 보험사들의 가치, 실적을 정확히 나타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습니다. 

장기적 해법으로는 보험사별 계리적 가정 산출 기준을 투명하게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교수는 "세부 기준을 마련하기보다 보험사마다 어떤 기준으로 회계처리를 했는지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라며 "회계의 목적은 비교공시인데 가이드라인 마련과 같은 방법으로 오히려 이를 저해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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