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청년 금융 문맹, 사기 피해로 이어진다
내 이름으로 된 체크카드를 처음 만들어본 건 10여 년 전이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 학생증에 체크카드 기능을 넣을 수 있다고 해서다. 그 전까지 카드라곤 교통카드가 전부였다. 20대 내내 아르바이트를 쉬지 않았지만 돈은 한 푼도 모으지 못했다. 돈을 어떻게 쓰고 모아야 하는지 아는 게 없었고,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던 탓이다. 더 유리한 조건의 카드도 많았지만 줄곧 학생증 체크카드만 썼다. 당시 내 또래도 다를 바 없었다.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20·30대의 금융 문맹 문제는 심각하다. 경기 침체에 금융시장까지 요동치면서다. 금리가 치솟자 빚을 감당하지 못해 채무 조정을 신청하는 20대가 급증했다. 주식·코인 사기나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도 청년층을 중심으로 속출한다. 개인 책임도 있겠지만 금융을 가르치지 않은 사회의 책임도 크다.
국내 최초 민간 주도형 금융교육 협의체로 출범해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은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가 청소년 금융 이해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평균 점수는 46점으로, 낙제점인 60점을 한참 밑돌았다. 10년 전보다도 2점 가까이 추락했다.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에서 그동안 175만명을 대상으로 순회 방문 교육, 금융캠프, 금융 뮤지컬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교육에 나섰지만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내가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알아보고 소비와 지출 관리, 저축을 제대로 시작한 것은 직장을 다니고 나서다.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처음 통장 쪼개기로 돈 관리를 본격 시작했을 때, 인생 첫 대출을 받았을 때 '살면서 꼭 필요한데 왜 학교에선 안 가르쳐줬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금융교육은 정규 교과과정을 통한 공교육이 나서야 한다. 2025년부터 교육과정 개편으로 고등학교에 금융 관련 과목이 생겨 조금 희망이 보이지만 의무 과목은 아니다. 금융은 한 해가 다르게 급변하면서 고도화되고 있다. 청년들이 자신 있게 사회에 첫발을 디딜 수 있게 금융을 가르치는 시스템은 아무리 서둘러도 이르지 않다.
[명지예 금융부 brigh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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