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텍스2023]"AI 붐을 기회로" 대만서 활로 찾는 K테크
컴퓨터·서버 제조 생산 '표준' 대만
생태계 진입 땐 안정적 수익 창출
美中갈등 속 틈새공략 기대감도↑
“한국에서 파는 컴퓨터 중에 국내 기업이 직접 설계해서 만드는 제품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대만이 세계 표준이죠. 대만산 컴퓨터를 보러 전시회에 참가하는 이들에게 우리 회사를 알리고 싶어 참가하게 됐습니다.”
지난 30일(현지 시간) 대만 타이페이에서 개막한 동북아시아 최대 컴퓨터·정보기술(IT) 박람회 ‘컴퓨텍스 2023’ 현장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4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된 탓에 수많은 참관객들로 북적였다. 전세계 약 1000개 기업이 약 3000개 부스를 열었다. 국내 기업도 12곳이 참여했으며 컴퓨터 부품 관련 회사는 3곳이 포함됐다. 참관객들과 분주하게 상담을 벌이던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딥엑스’ 관계자는 자사 제품의 경쟁력을 강조하면서 대만 정보기술(IT) 생태계 진출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대만은 컴퓨터·서버 제조 생산에서 세계 최대 시장이다. 컴퓨터 생산 단계마다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빼곡하다. 이들 간에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생태계는 저렴한 비용에 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낸다. 제조사설계생산(ODM)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시장에서 대만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여주는 이유다. 특정 컴퓨터 영역에서 기술력이나 강점을 가진 국내 기업들로서도 대만의 제조 생태계에 녹아들기만 하면 안정적인 수익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글로벌 경기 악화 여파로 대만의 제조 생태계 역시 한동안 부침을 겪었으나 최근 생성형 AI 열풍이 불면서 컴퓨터·서버 시장도 활력을 되찾고 있다. 스타트업 전시관 ‘이노벡스(InnoVEX)’에 부스를 차린 딥엑스도 새롭게 열리는 시장을 공략하는 대표적인 국내 기업이다. 디바이스 AI 컴퓨팅에 최적화한 반도체를 설계하는 딥엑스는 행사 상위 10개 스타트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비교적 작은 규모르 차려진 부스에는 딥엑스의 ‘DX-M1’ 칩을 장착한 시제품에 흥미를 보이는 관람객 발길이 이어졌다.
딥엑스는 최근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반도체 시장 흐름의 변화를 기회로 보고 대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스에서 만난 박영섭 딥엑스 전략기획팀장은 “미중 갈등으로 중국 제조사들이 첨단 공정을 활용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틈을 공략해 첨단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우리 제품이 중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중국에 납품하는 대만 내 제조 생태계와 협력해 중국을 공략하면 미국과 중국을 동시 공략할 수 있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같은 전시관 다른 한켠에서는 서버 개발 기업 엑세스랩이 낯선 보라색 컴퓨터로 시선을 끌며 관람객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이 회사는 컴퓨터 시장에서 주류인 인텔·AMD 칩이 아닌 저전력에 강점이 있는 ARM 형식에 기반한 칩으로 컴퓨터·서버를 만든다. 유명환 엑세스랩 대표는 “인텔 서버나 컴퓨터에서는 대만 기업들을 넘어서기 어렵지만 우리는 ARM 서버 연구개발만 12년을 해왔다"면서 "ARM 칩을 기반으로 한 컴퓨터 시장에서는 가능성이 충분하고 최근에도 대만의 에이디링크라는 큰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등 대만을 공략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 현장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대만 진출 흐름에 정부의 지원이 미흡하다는 아쉬움이 묻어나기도 했다. 이노벡스 전시장에는 네덜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등 각국에서 마련한 전시관이 눈에 띄었지만 2019년과 달리 올해는 한국 전시관이 설치되지 않았다. 제1 난강전시관에서 만난 메모리 기업 메가일렉트로닉스 관계자는 “중소업체들은 우리 기술력을 인정받은 대만 기업으로부터 위탁 생산을 받는 시나리오가 좋은 방향인데 이런 부분에서 정부나 기관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면 한층 사업이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타이페이)=허진 기자 hj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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