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소년 금융이해력 10년전보다 추락, 경제 모르면 미래없다

2023. 5. 3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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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금융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청교협)가 설립 20주년을 맞아 고등학교 2학년 학생 7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학생들의 금융 이해력 평균 점수는 46.8점에 그쳤다. 미국 금융 교육기관인 'Jump$tart'가 설정한 낙제 점수 60점에 크게 미달한 것이다. 청교협은 10년 전인 2013년에도 똑같은 조사를 했는데 그때에 비해서도 1.7점 하락했다. '예금자 보호' 같은 가장 기본적인 개념조차 모르는 학생도 많았다니 걱정이다. 말로는 경제·금융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가르치지 않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경제·금융 지식이 부족한 청소년은 금융 사기의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다. 최근 중·고등학생을 노린 대리입금과 통장매매 등 불법 사금융 피해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청소년 금융 교육이 미흡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불법 대리입금 광고만 해도 매년 수천 건이 금융당국에 제보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피해 신고는 몇 건 안된다. 청소년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불법 사금융 피해를 당하고서도 금융 지식이 없어 신고도 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뜻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청교협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청소년 시기 올바른 금융 교육은 오늘날 왜곡된 금융거래 질서를 바로잡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전적으로 옳은 말이다. 학생들이 경제·금융 지식을 취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관은 학교다. 미국 대다수 주에서는 고등학교에서 경제 수업과 개인금융 과목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도 중등 교육기관 정규 교육과정에 금융 교육을 포함시켰다. 한국은 2022년 교육과정 개정으로 2025년부터 고등학교에 '금융과 경제생활'이라는 선택 과목이 생기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이 아닌 데다 학생들이 선호하지 않아 선택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를 모르면 국가는 발전할 수 없다. 선진국들처럼 우리도 경제·금융 교육을 하루빨리 의무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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