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명 못 구하는 응급 의료 … 알맹이 빠진 비대면 진료
지난달 30일 용인에서 70대 교통사고 환자가 수술을 해줄 병원을 찾지 못해 2시간 넘게 '구급차 뺑뺑이'를 돌다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올 들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이처럼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어린이날 연휴 때도 고열에 시달리던 5세 아이가 입원 병상이 없어 귀가한 뒤 다음 날 사망했다. 지난 3월 대구에선 추락사고로 크게 다친 10대가 병원을 전전하다 구급차 안에서 숨지는 일도 있었다. 국민 생명을 지켜야 할 응급의료 시스템이 붕괴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달 1일 시작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도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스럽다. 동네 의원으로 비대면진료가 제한되는 데다 대부분 초진이 안되는 건 둘째 치고, 대면진료보다 30%나 비싸고 약 배달도 안된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대란' 완화 차원에서 18세 미만의 경우 야간·휴일에 한해 초진을 허용했다지만 '약 처방'을 막아 실효성이 꽝이다. 상담만 하고 약 처방은 못 받는다면 처음부터 병원에 가는 게 낫지, 누가 추가 비용을 부담하며 비대면진료를 하겠나. 도대체 비대면진료를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 이래선 안된다. 무엇보다 충분히 살릴 수도 있는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못 받아 사망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해야 한다. 병원이 응급환자·중환자를 맡으면 손해를 보는 구조부터 타파해야 한다. 병원이 응급·중환자실을 부담 없이 운용하고, 필수의료인력이 충분히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적정 수가를 보장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촌각을 다투는 환자를 치료하다 혹 잘못됐을 때 제기될 수 있는 의료소송 면책 범위도 넓혀줄 필요가 있다. 경증 환자의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을 제한해 응급의료시스템을 중증 환자 중심으로 확 바꿔야 한다. 17년째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의대 정원 확대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의료강국 지위를 유지하려면 모든 선진국이 적극 활용하는 비대면진료도 시늉만 내는 반쪽짜리로 머물게 해선 안된다. 국민 의료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는 보건복지부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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