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가치 공동체로서의 기업 조직

2023. 5. 3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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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가슴 뛰게 할 비전에
인간미 갖춘 리더가 이끄는
부서 구분 없는 자율 조직만
목적함수 복잡해진 시대 생존

지난 세월 (그리고 지금도 대부분) 기업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수익 창출과 성장이고 조직은 이러한 기업의 목표에 맞춰 진화해왔다. 효율과 속도 그리고 안정이 조직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명확한 지시와 통제다.

그러나 팬더믹과 ESG, AI·디지털화, MZ세대의 출현 및 사회적 가치의 변화로 기업이 추구해야 하는 목적함수와 고려 사항이 복잡해지면서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 조직의 모습도 변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기업 조직은 일사불란하기보다는 개방적·유동적이고 적응력이 강해야 하며 구성원들의 집합적인 에너지를 발휘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또한 재무적 보상 외에 더 큰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먼저 조직의 목표를 수익 증대가 아니라 포괄적인 가치 창출로 재설정해야 한다. 수익은 중요하지만 구성원과 이해관계자들을 가슴 뛰게 할 수 없다. 기업의 가치와 영향을 극대화하고 건강한 사회와 지구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조직의 리더는 단순히 점진적 개선을 추구하는 매니저의 역할을 넘어서 '대담하지만 공감 가는' 미래를 제시하고 이를 추구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15년 전 넷플릭스는 DVD를 고객의 집으로 배송하는 비즈니스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공동창업자이자 당시 CEO였던 리드 헤이스팅스는 "20년 후의 비전은 영화 제작자와 스튜디오에 독특한 채널을 제공하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유통 회사를 가지는 것"이라고 제시했고, 넷플릭스의 리더와 구성원들은 이 대담한 비전과 야망을 회사의 전략과 운영, 문화로 구체화시켜나갔다. DVD 배송을 중단하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실시했으며 직접 제작사를 세우고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조직 구성원들은 모든 것이 회사의 비전과 가치를 실현해나가는 과정임을 이해하고 동참했다.

두 번째로 투명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여러 부서의 구성원이 협업하는 '자율적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들은 칸막이(silo)와 계층(hierarchy)으로 이뤄진, 복잡한 매트릭스 구조를 채택해왔다. 그리고 지시와 복종을 통해 효율을 추구하는 수직적 체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해결해야 할 이슈와 목적함수가 복잡해지면서 오히려 비효율은 심해져가고 있다. 계급과 공식 역할에서 오는 권한과 권력을 버리고 개방적인 태도와 공감, 대화 등 인간적 교류를 통한 협업이 문제 해결을 가능하게 한다. 이를 위해 목표와 이슈 중심의 자율적인 팀과 네트워크, 협업에 대한 인정과 보상 문화, 이를 독려하는 촉진자(catalyst)로서의 리더 역할 등이 필요하다. 글로벌 금융회사인 에이온(Aon)은 60개의 브랜드와 지역, 상품으로 이뤄진 복잡하고 해묵은 매트릭스 체제를 허물고자 했다. 고객을 중심에 두고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해결하기 위한 유연한 협업 체제를 갖추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수년에 걸쳐 1만명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지역과 제품 라인에 구애받지 않는, 신뢰 기반의 협업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에이온의 자율적인 협업 체제는 이 회사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에이온의 기업가치는 지난 15년 사이 6조원에서 50조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이 회사는 공식 문서에 '나(I)'로 시작하는 문장을 금기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리더와 구성원 모두 좀 더 '인간적으로' 서로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동안 기업의 리더들은 일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구성원들에게 길을 제시하는 슈퍼 경영자가 돼야 한다고 믿어왔다. 구성원들 역시 진정한 나를 가리는 마스크를 쓰고, 회사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과업 중심적이고 거래적인 관계를 넘어 서로를 알아가고 인간적으로 연결하며 가치, 신념, 희망, 두려움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유원식 맥킨지 시니어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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