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폐기물연료로 시멘트공장 돌려요"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 등
연료로 썼더니 탄소 25% 감축
쓰레기 대란 자연스럽게 해결
韓, 환경단체 반대로 갈길멀어
독일 교통의 중심지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로 4시간가량 북쪽으로 이동하니 넓은 벌판에 공장 하나가 우뚝 솟아 있다. 중부 소도시 베쿰에 위치한 피닉스 시멘트 공장이다. 이 공장은 연산 최대 50만t 규모로 작은 편이지만, 이 공장의 친환경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려는 업계 관계자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이 공장은 순환자원 연료 대체율 100%를 달성한 유럽에서도 몇 안 되는 공장이기 때문이다.
안내에 나선 토르스텐 코추어 엔지니어는 "예열이나 소성 등 제조공정에서 사용하는 열원의 100%를 유연탄이 아닌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등 같은 대체연료(순환자원)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체연료를 보관하고 있는 저장소에 들어가 봤다. 저장소 내부에는 작은 조각으로 분쇄된 산업·생활폐기물이 한가득 쌓여 있고,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컨베이어 벨트로 분주히 실어 나르고 있었다.
코추어 엔지니어는 "대체연료는 그냥 놔두면 처치 곤란한 쓰레기지만 대체연료로 활용하면 아주 훌륭한 순환자원"이라며 "화석연료인 유연탄을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까다롭게 품질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시멘트 공장 입장에선 유연탄을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 유연탄은 고온의 열을 일정하게 낼 수 있지만 순환자원은 공급받는 폐기물의 종류와 배합 등에 따라 열효율이 들쑥날쑥하다. 그러나 탄소 저감을 위해 유연탄 사용을 줄이고 비용이 더 들더라도 순환자원을 사용하는 게 요즘 트렌드다. 연소 과정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는 바이오필터를 거쳐 배출된다.
코추어 엔지니어는 "1450도로 가열해 10분 만에 폐기물을 소각·분해하기 때문에 다이옥신, 프레온가스 등 유해물질이 완전히 파괴된다"며 "누구든 온라인으로 성분과 배출량을 확인할 수 있고 공장 시설 변경, 연료 종류 변경 같은 중요한 사항은 사전에 주민들에게 알리고 의견을 반드시 듣는다"고 말했다.
시멘트 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7%를 차지한다. 철강·석유화학에 이어 세 번째다. 한국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가운데 국내 시멘트 업계는 온실가스 감축과 실적 개선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시멘트 산업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2는 석회석 원료를 사용하는 시멘트 제조공정(탈탄산화)에서 발생한다. 나머지 3분의 1은 유연탄 같은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온다. 현재까지 시멘트를 만드는 데 석회석을 대체할 수 있는 원료가 없기 때문에 시멘트 업계의 탄소 저감 노력은 화석연료를 줄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독일이 선택한 방법은 피닉스 공장처럼 순환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이미 1980년대부터 순환자원을 도입해 현재 독일 시멘트 업계는 유연탄 사용 제로(0)와 탄소중립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독일 시멘트 업계의 순환자원 사용 비중은 69%에 달한다. 이 같은 선제적인 대응 덕분에 30년 전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4분의 1가량 절감했다. 독일의 순환자원 사용 비중은 유럽 평균 인 52%는 물론, 한국의 35%보다 훨씬 높다. 독일이 유독 순환자원 사용에 적극적인 것은 폐기물 매립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폐기물 매립이 불가능해지자 이를 처리하기 위해 시멘트 공장 등에 대체연료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독일 시멘트 업계는 더 나아가 미래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베쿰(독일)·런던(영국)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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