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상상력에 불지피고 싶어"
SNS 연재 글 묶어 출간
풍자로 사회적 화두 던져
가수 이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은 글들을 모아 첫 산문집 '이적의 단어들'을 펴냈다. 출간을 기념해 31일 서울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적은 "여러분의 상상력에 불을 붙여주는 부싯돌 같은 책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책은 한 단어당 한 쪽을 넘기지 않는 비교적 짧은 분량의 총 101개 단상을 엮은 형태다. '인생' '지혜' '인과'라는 추상적 단어부터 '가스' '지폐' '눈사람' 같은 일상 소재, 또 '거위' '하늘' '거짓말' 등 이적의 대표곡을 떠오르게 하는 단어까지 광범위하다. 각 단어를 풀어내는 데도 수필, 소설, 노랫말 등 형식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는 "이 단어는 어떤 식으로 풀어냈을까 하는 재미가 있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글쓰기 도구는 SNS였다. 대부분 2020년부터 자신의 인스타그램 등에 연재한 글이다. 출판 계약을 먼저 맺은 후 글쓰기 동력을 얻기 위해 SNS를 활용한 것이라지만, 많은 공감을 샀고 종종 사회적 화두도 던졌다. 그는 "전혀 의도치 않았던 방향으로 읽히기도 했다. 반응에 대한 예측은 언제나 빗나가곤 했다"고 말했다.
"글을 길게 쓰면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작사가로서 역시 짧은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 많이 덜어내고 압축했습니다. 짧은 글일수록 정확하게 의미 전달을 하기 위해서 더 많이 고치게 되더군요. 한 단어, 한 문장에 밀도가 있다면 독자가 나머지를 채울 거라고 생각했죠."
이적은 1995년 '패닉'으로 데뷔한 이래 음악을 통해 사회 편견과 차별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며 울림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제 어느덧 만 49세로 '지천명' 나이가 된 그는 스스로 "어떤 부분에선 사회화됐다"고 했다. "어릴 때 던진 질문들은 사회와 기성세대 등 바깥에다 적을 상정해 분노했다면, 이제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요. '왜 인간은 이럴 수밖에 없는가.' 이런 걸 노래에 담다보면 서로 위로가 되고, '나만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구나'라고 느끼기도 하고요."
나이듦이라는 어쩔 수 없는 변화에도 음악과 언어라는 도구를 통해 위로와 웃음을 지향하는 태도에는 흔들림이 없다.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인 두 딸이 세상을 보는 새로운 창구가 돼주기도 한다. 자녀 관련 에피소드 역시 책 곳곳에 녹아 있다.
"제 삶에 채우고 싶은 단어가 있다면, 유머·여유·사랑 같은 것들이에요. 유머가 세상을 구원할 거란 믿음이 있어요."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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