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빌런’ 이준혁 “슬럼프에 빠졌을 때 할리우드 스타 마동석의 동아줄이 내렸죠”[SS인터뷰]

조은별 2023. 5. 3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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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준혁. 제공|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배우 이준혁은 2022년 어느 날을 또렷이 기억한다.

슬럼프에 빠져 유난히 삶이 버겁다고 느꼈을 때였다. 앞으로 연기 인생이 괜찮을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었다. 복잡한 머리를 식히려 친한 동료 배우와 강화도로 여행을 떠나는 길,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평소 친분이 있던 동료 배우 마동석이었다.

“곧 ‘범죄도시2’가 개봉한다. ‘범죄도시3’도 제작 예정인데 네가 빌런을 맡아볼래?”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준혁은 “어렸을 때 신문기사를 읽으면 할리우드 배우들은 전화 한 통으로 섭외가 된다고 했는데 정말 할리우드 배우인 마동석 형에게 섭외 전화가 왔다. 겁도 없이 도전하겠다고 했다”라는 일화를 전했다. 마동석의 ‘섭외 동아줄’을 꼭 잡은 셈이다.

여행을 다녀온 뒤 만난 마동석은 다짜고짜 살부터 찌우라고 했다. 처음엔 오랜만에 식단조절 없이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겠다 싶어 부담 없이 “예스!”를 외쳤다. 하지만 “조금만 찌우자. 20㎏만 찌우면 돼”라는 마동석의 요구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처음에는 왜 증량하는지 몰랐어요. 그렇지만 주성철의 직업이나 마석도(마동석 분)와 대치하는 장면을 고려할 때 증량을 해야 더 리얼한 캐릭터가 나올 것 같았죠.”

마른 사람의 증량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먹고 운동하기를 무한 반복했다. 한 끼만 굶어도 살이 빠졌다. 시간,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이 이어졌다. 그 결과가 ‘범죄도시3’의 빌런 주성철로 나타났다.


영화 ‘범죄도시3’의 한장면. 제공|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이준혁은 “어릴 때 4㎏ 넘는 우량아로 태어났는데 어쩌면 증량한 모습이 제 실제 모습일 수 있다”라며 “건강은 해쳤지만 충분히 뛰어들만한 도전이었다. 저를 더 소모하면서 120㎏까지는 찌워보고 싶었는데 기간 내에 최선을 다한 것 같다”라고 미소지었다.

앞선 시리즈 빌런이었던 장첸 역의 윤계상, 강해상 역의 손석구와 비교를 피해가는 것도 이준혁에게 또 다른 숙제였다. 기존 빌런들과 다른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보이스 트레이닝과 파격적인 스타일 변신을 시도했다.

이준혁은 “가장 두려웠던 건 이미 배우로서 소비된 내가 관객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는가였다”라며 “관객들이 내가 누군지 몰랐으면 했다. 보이스 트레이닝을 통해 목소리 변화를 시도하며 기존에 들려준 목소리와 다른, 덩치에 맞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털어놓았다.

특유의 은갈치 수트로 장첸, 강해상과는 다른 부티를 내기도 했다. 이준혁은 “주성철이 장첸, 강해상과 다른 건 돈이 많다는 것, 그리고 사회적인 인물이라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몸무게를 늘리던 중 ‘범죄도시2’가 1000만 관객을 넘어선 것도 이준혁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성공한 프랜차이즈 영화의 인기를 이어야 한다는 목표가 그를 짓눌렀다.

“2편이 어마어마하게 잘 됐잖아요. 감사함을 느끼면서도 아직까지 부담되죠. 제가 할 수 있는 건 대본에 충실한 것 뿐이었어요. 제가 장첸이나 강해상보다 돋보여야 한다는 욕심은 진작 버렸죠. 주성철 때문에 지루하다는 얘기를 듣기보다 시리즈가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배우 이준혁. 제공|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2007년 그룹 타이푼의 뮤직비디오 주인공으로 데뷔한 이준혁은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다채로운 인물을 연기했다.

큰 눈망울이 돋보이는 곱상한 외모 때문에 로맨스 드라마에도 출연했지만 대중에게는 tvN ‘비밀의 숲’ 시리즈(2017, 2020)의 서동재 검사나 ‘60일, 지정생존자들’(2019)의 오영석, KBS2 ‘적도의 남자’(2012)의 냉정하고 유능한 이장일 검사 이미지가 강하다.

특히 비열하고 지질한 생존본능이 지배했던 서동재는 올해 티빙에서 ‘비밀의 숲’ 스핀오프인 ‘좋거나 나쁜 동재’로도 공개될 예정이다.

“결정적으로 제가 연기한 착한 인물들이 성공하지 못했어요. 그간 연기했던 역할들도 악역이라기엔 존재감이 약했죠. 동재는 가볍고, 오영석은 자기가 나쁜 줄 모르는 인물이었어요. 이장일은 도망쳤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만약 ‘범죄도시3’가 잘되면 저 때문이라고 해주세요.(웃음) 그렇게만 된다면 진심으로 좋겠네요.”

‘범죄도시3’는 배우 이준혁을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한 작품이다. 그는 “미국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이 시카고불스에 마지막 우승을 안긴 과정을 담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를 보면 조던이 엄청 고통스러워하다 샴페인을 터뜨리는 모습이 나온다. 나도 ‘범죄도시3’가 잘되면 극중 빌런팀인 최우준, 안세호, 강윤, 홍준영, 한규원, 이태규 등과 함께 샴페인을 터뜨리고 싶다”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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